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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692억·메타 308억 과징금
글로벌 IT기업 개인정보 수집 첫 대규모 제재
[법알못 판례 읽기]


구글 서비스. 사진=AP·연합뉴스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고학수)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원대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23일 메타와 구글을 상대로 제기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첫 대규모 제재 사례로 기록됐다.

구글의 경우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의 행태정보 수집에 대한 첫 제재 사례로 이 회사에 부과된 692억원의 과징금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는 최대 규모다. 메타의 경우 SNS 기업의 행태정보 수집에 대한 첫 제재 판례다.

정보 수집과 제재의 전말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구글 엘엘씨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동의를 받을 의무가 있음에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했다(2023구합55191).

또한 “메타가 온라인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회원들의 다른 웹사이트나 앱에서의 활동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했다(2023구합54259).

개보위는 2022년 9월 메타와 구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무단 수집 행위를 적발했다. 이용자들의 온라인 활동정보를 수집하면서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 등 수익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정보 주체인 이용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메타에 308억원, 구글에 69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메타는 추가로 ‘정보수집 거부자의 서비스 이용 제한’ 문제가 불거졌다. 2023년 2월 제기된 소송(2023구합71018)에서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는 이유로 6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재판부는 “타사 행태정보가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거부하면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의 경우는 위반 기간과 규모가 더 컸다. 2016년 6월 이후 신규 가입자들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무단 수집해왔으며 국내외 이용자 간 차별적 처우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용자들에게는 제공하는 보호 수준을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를 과징금 산정에 반영했다.

메타 서비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타사 행태정보’ 수집 법적 쟁점


‘타사 행태정보’는 ‘웹사이트 방문 이력, 앱 사용 이력, 구매 및 검색 이력 등 이용자의 관심, 흥미, 기호 및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활동 정보’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봤다. 메타와 구글은 공통적으로 “각 웹사이트·앱 운영자가 정보 수집 주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웹·앱 사업자는 비즈니스 도구를 설치하는 등 타사 행태정보 수집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개인정보인 타사 행태정보는 원고가 취득하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또한 “원고는 타사 행태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맞춤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등 개인정보를 이용할 목적이 있고”, “회원들의 서비스 내에서의 행태정보와 타사 행태정보를 개별 회원별로 관리해 개인정보 파일을 운영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메타와 구글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이용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라고 판단했다.

위법한 동의 절차 실태


또한 메타는 ‘데이터 정책’ 동의의 적법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집 방식이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은밀해 이용자들이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재판부는 특히 “이용자들의 온라인 행동이 지속적으로 감시당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기술적 어려움이나 사업구조 변경의 부담”은 법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주된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구글에 대해 △법정 고지사항의 모호한 설명 △정보 수집 거부 시 번거로운 절차 부과 △동의의 기본값 설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미국·EU 이용자들과 비교해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 수준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구글에 대한 692억원의 과징금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과징금 산정의 정당성을 세밀하게 검토했다. 광고 서비스 전반에서 타사 행태정보가 활용된 점, 이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 점, 국내 이용자 수를 고려한 매출액 산정 방식의 적절성 등이 인정됐다.

메타의 308억원 과징금과 추가 시정명령도 정당성이 인정됐다. 특히 추가 시정명령은 “타사 행태정보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본질적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시대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식적 동의를 넘어 실질적 자기결정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메타와 구글에 대한 이번 판결은 전체 IT 산업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정보 수집 주체’ 판단 기준과 ‘과징금 산정 방식’은 향후 유사 사건의 핵심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돋보기]

정부 vs 글로벌 IT 기업 대리전


이번 구글·메타의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은 ‘정부 vs 글로벌 IT 기업’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법무부 국제법무국이 신설된 후 첫 소송으로 소송 당사자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와 긴밀히 협조해 대응했다.

특히 월드뱅크 반부패국 수사팀 경력의 신동환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6기),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성직 검사(변호사시험 2회) 등 국제법무지원과 소속 검찰 엘리트들이 직접 소송을 수행했다.

최창영(24기)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이끄는 법무법인 해광과 지식재산권 전문 부티크 로펌인 법무법인 민후,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법무법인 최선이 개보위 측 대리에 가세했다.

메타와 구글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웠다. 임시규(15기), 김동국(28기) 변호사가 구글을, 최철환(23기), 김세연(23기) 변호사가 메타를 각각 대리했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을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지켜낸 기념비적 사례”라며 “주요 국제소송에서 국민과 국익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보위도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 책임성을 명확히 했다”며 “인공지능(AI) 데이터 사회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파수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프랑스는 2020년 구글에 6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독일 연방대법원은 메타의 유사 행위를 ‘착취행위’로 규정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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