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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뇌전증의 날’

뇌전증, 인구 100명 중 1명 앓아
환자의 70%는 약물로 증상 완화
난치성 뇌전증은 수술 치료도
출처: GettyImagesBank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힌다. 흔하게 발생하는 만성질환이지만 선입견이 유난히 많은 질병이다. 예측하기 힘든 발작 증상이 때때로 나타나 ‘불치병’이나 ‘정신병’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그러나 뇌전증은 정확한 진단을 거쳐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적절히 치료받으면 대부분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세계 뇌전증의 날’(2월 10일)을 계기로 뇌전증의 특징을 이해하고 질병에 현명하게 대처하자.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간헐적으로 흥분해 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발작이 두 번 이상 자발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날 때 진단할 수 있다. 뇌전증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환자 발생 양상은 U자 곡선 형태를 띤다. 발병률이 영유아기에 가장 높고 청장년기에 낮아졌다가 노년기에 다시 높아진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김세희 교수는 “뇌전증은 100명 중 한명 정도가 앓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며 “한국엔 약 4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뇌 질환 가운데 치매(70만 명), 뇌졸중(60만 명)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발작 모습 촬영해 가면 진단에 도움
뇌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인 결함이 있거나 뇌종양, 뇌졸중, 뇌 손상, 뇌염 같은 질환의 영향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약 50%는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다. 뇌전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발작이다. 대체로 발작이 10초~1분 정도 지속하고 수초에서 3~4시간에 걸쳐 회복한다.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종류는 크게 부분성과 전신성으로 나눈다. 부분 발작은 한쪽 뇌에 국한해 발작이 시작되지만, 주위로 널리 파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있거나 ▶입을 쩝쩝거리거나 ▶한쪽 팔을 까딱거리는 식이다.

전신 발작은 뇌의 일부에서 발작이 시작되지만, 뇌 전체로 빨리 전파된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이 오거나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몸을 떠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때론 근육이 불규칙하게 수축해 식사 중 숟가락을 떨어뜨리거나 양치질을 하다 칫솔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진단의 첫걸음은 병력 청취다. 발작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고 눈·손은 어떤 모양이었으며 얼마나 지속했는가 등을 의사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료를 보러 갈 때 보호자가 휴대전화로 환자의 발작 모습을 촬영해 간다면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전증이 의심된다면 뇌파와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시행해 뇌전증파가 발견되는지, 발작을 유발하는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유전자 검사나 대사성 이상 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도 진행한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상이 조절된다. 항발작제는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뇌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미약한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발작을 저지한다. 실제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의 60% 이상은 발작 없이 생활하고, 약 20%는 수개월에 한 번 정도 드물게 발작한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를 할 땐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약의 용량을 임의로 줄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보통 2~3년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서 발작이 없을 경우 일부는 약물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 합병증 검토해 수술 결정
문제는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발작이 잦고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다. 바로 난치성 뇌전증이다. 이땐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모든 환자가 수술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수술 전에 충분한 검사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면밀히 검토해 수술 여부와 방법을 결정한다.

그중 하나가 뇌자도 검사다. 사람의 뇌 활동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가장 최신의 검사법이다. 뇌 신경 활동을 직접 기록하면서 문제가 있는 뇌 신경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데 도움된다. 뇌 신경이 활동하거나 흥분할 때 발생하는 전류는 자기장을 형성하는데, 뇌자도 검사 헬멧의 특수 센서가 이 자기장을 측정한다. 국내 유일의 뇌자도검사실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운영한다. 검사는 뇌전증지원센터 도움 전화나 세브란스병원을 통해 예약한 후 받을 수 있다. 김 교수는 “2023~2024년 뇌자도 검사를 받은 환자는 총 366명”이라며 “뇌자도 검사는 선별 급여라 부담이 커서 많이 시행되지 못했는데, 필수 급여화가 된다면 좀 더 많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도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이요법도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대표적인 방법은 케톤식이다. 밥·빵·면과 같은 탄수화물의 비율이 낮고 버터·오일·베이컨·아보카도 등 지방의 비율이 높은 식단이다. 케톤 식이요법을 하면 신체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케톤이란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케톤이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케톤 식이를 시작하려면 뇌전증 전문의와 영양사를 만나 개별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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