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공공주택사업 시행을 주장하는 시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지금은 정부가 공공개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서울역 쪽방촌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윤용주씨는 불길한 예감을 말했다. 그의 예감은 그리 틀리지 않는다. 지난 2월 5일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이하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이 발표된 지 만 4년이 됐다. 2021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발표한 이 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역 쪽방촌을 공공 부문이 주도해 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쪽방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쪽방 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125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놀라운 구상이었다. 기존의 재개발 사업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사업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됐고, 세입자의 퇴거를 동반했다. 반면 이 사업은 쪽방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공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의 일대 변화로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창대했던 계획과 달리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애초 계획은 2026년 1월까지 공공주택을 지어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킨다는 것이었지만, 사업의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4년째 미뤄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공공주택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의 안팎에서는 정부가 지지부진한 공공주택사업의 대안으로 민간 주도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 이는 이 지역 일부 토지·건물주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했다. 몇몇 지주는 정부가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튿날부터 반대의 표시로 건물에 빨간 깃발을 내걸었다.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당신 땅이라면 공공주택사업에 찬성할 것이냐”는 반문에 담겨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누구나 부동산으로 욕망을 실현한다’는 확신 앞에 ‘주거 취약층의 주거 안정’ 같은 목표는 제아무리 공공성이 있어도 설자리를 잃는다. 민간개발 추진이 결정되면 쪽방 주민에 대한 퇴거 압박은 커지고, 이들이 재정착할 임대주택의 수는 원안보다 줄어들면서 주거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의 정책 목표는 완전히 전도되는 셈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4년째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돌아봤다. 일부 토지·건물주들은 공공주택사업으로 손해를 본다고 강조했고, 원대한 포부를 밝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뒷걸음질을 쳤으며, 쪽방 주민들에게는 ‘희망고문’이 계속됐다. 이는 소유주의 재산권 보장이 최저선의 주거 보장보다 우선한다고 믿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사유재산 아니냐” 거센 반발
동자동의 토지·건물주 일부는 공공주택사업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본다. 이들은 정부의 발표 직후 ‘서울역 쪽방촌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를 꾸리고 국토부 장관 자택 앞 시위 등을 이어왔다. 주민대책위와 뜻을 함께하는 소유주 A씨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수용하면 (보상이) 형편없이 나온다”고 했다. 표준지 공시지가(인근 유사한 부동산의 공시지가)를 적용해 보상을 받으면 시세보다 적은 보상을 받을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2021년 8월 사업설명 안내문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토지보상법에 따라 현 거래 시세 등을 고려한 감정평가 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은 계속됐다.
소유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소유주들의 거센 반발에 2023년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특례까지 부여했다. 종전까지는 사업부지 내에 실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현물 보상)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만 보상했는데, 쪽방 밀집 지역에 한해서는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분양권으로 보상키로 한 것이다. 쪽방촌의 토지·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쪽방촌에 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에 답변한 내용을 보면, 동자동 사업부지에는 222동의 건물이 있고, 이를 538명이 소유하고 있다. 이중 사업부지 내 건물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람은 101명으로 18.7%에 불과했다. 특별 조치에도 소유주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주민대책위가 말하는 손해는 엄밀히 말하면 기대이익의 감소다. 주민대책위 관계자 B씨는 “여기가 서울역 앞 메인(중심) 땅인데, GTX부터 해서 모든 게 다 바뀌는데, 바로 옆에도 재개발·재건축으로 바뀌는데, 공공으로 간다고 하면 ‘예, 예’ 하고 따르겠느냐. 돈도 돈이지만 남의 사유재산 아니냐”고 했다. 공공주택사업 계획이 발표되던 시기에 비해 더 좋아진 교통 여건, 인근 지역의 재개발 사례 등 시공간을 초월한 비교는 이들의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높였다. 그리고 그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열쇠가 민간개발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임대주택의 비중이 늘면 토지·건물주들의 이익은 줄어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B씨는 “민간개발로 간다고 하면 우리가 임대아파트를 지어줄 의무는 없지만, 같이 산 사람들이니까 쪽방에 사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지어주겠다는 거다. (민간개발로 할 때) 임대아파트를 얼마나 지을지 시뮬레이션 다 해봤지만, 말씀은 못 드린다. (쪽방 주민 중에는) 짓는 동안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다른 동네로 빠져나가는 분도 있다. 안 도와준다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살 사람만 도와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공공주택사업(임대주택 1250호 공급)보다 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법상으로도 공공주택사업은 임대주택을 35% 이상 건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민간개발을 하면 최소 15%만 건설하면 된다(서울시 재개발사업 기준).
이들의 밑그림은 현실이 되고 있다. 쪽방 주민 수는 사업 발표 직전인 2020년 기준 1083명에서 지난해 연말 기준 791명으로 300명가량 줄었다. 공공주택사업 계획이 발표된 후 지난해 10월까지 사망한 사람만 111명에 달한다. 계획은 이미 너무 늦었다.
지난 2월 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에 붉은 깃발이 걸려 있다. 이 지역의 토지·건물주들은 정부가 2021년 2월 5일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반대의 의미로 건물에 붉은 깃발을 내걸었다. 서성일 선임기자
민간개발 실패의 역사
공공주택사업에 반대하고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지지만, 동자동 토지·건물주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개발에 미온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도 있고, 공공주택사업에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입장을 뜯어보는 것은, 동자동 재개발이 공공주택사업으로 추진된 까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쪽방을 운영하는 C씨는 “(개발이)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며 “지금도 나쁘지 않다. (재개발로) 아파트 한 채 생기면 좋지만, 개발되면 생활비가 안 나온다”고 했다. 이런 미온적인 입장은 쪽방을 운영하는 일부 건물주들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C씨의 건물에는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펴고 눕지 못하는 1평 남짓의 쪽방 10여개가 있다. 현재 월세는 방 하나당 25만원인데 개발이 되면 이 고정수입이 끊길 것이 걱정이다. C씨는 조만간 월세를 33만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그는 “주거급여가 나오니까 (쪽방 주민들에게) 부담은 크지 않다”고 했다.
쪽방 임대료는 기형적으로 결정된다. 쪽방 주민의 상당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주거비로만 쓸 수 있는 주거급여(2025년 서울지역 1인 가구 기준 35만2000원)를 지원받는다. 문제는 주거급여가 오르면 쪽방 주인들도 부담 없이 월세를 인상한다는 점이다. 쪽방 주민 D씨는 “한 평 조금 더 되는 방이 30몇만원이면 강남보다 비싸다. 쪽방 사는 사람들도 자기 돈이면 저항하겠지만 ‘내가 주는 돈 아니니까’라고 생각해버린다. 방세가 오른 만큼 환경이 개선되고 방이 넓어지는 것도 아니다. 소유주들만 땅 짚고 헤엄친다. 계속 세금 낭비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공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주택사업 계획대로라면 쪽방 주민들은 보증금 183만원(세입자 이주 대책 통해 일부 지원), 월세 3만7000원에 18㎡(5.44평)짜리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다. 열악하면서 저렴하지도 않은 쪽방의 문을 닫고, 주거의 최저선을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있다.
소유주 중에는 공공주택사업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자영업을 하는 E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1978년부터 이 지역을 개발한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못 했다. 민간개발로 가면 사업성 때문에라도 빨리 개발이 안 된다”며 “1930년대 지어진 집이 있을 정도로 집들이 낡았다. 벽이 오래돼서 물이 샐 지경이다. 속도를 내려면 공공개발이 낫다”고 했다.
이 일대는 2006년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못 냈다. 2015년에는 개발을 더욱 수월하게 하려고 구역을 3개로 분할하고 층고 제한도 종전의 지상 5층에서 최고 18층까지 완화하는 계획변경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일몰 시한인 2020년까지 민간의 사업 제안이 없었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 하나는 사업성의 부족이다. 남산 고도 제한으로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없어 충분한 개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쪽방 주민 이주 대책이 부족했던 것도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1960년대부터 도시 빈민이 모여 형성된 국내 최대 쪽방촌을 재개발하면서 이렇다 할 이주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성 부족 등 현실적인 난관을 극복할 해법도 공공주택사업이었던 셈이다.
공공개발 포기 순서?
4년간 사업이 표류하면서, 사업의 안팎에서는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지난해 제정된 도심 복합개발 지원법이 올해 2월 7일부로 시행됐다. 도심 복합사업은 도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주도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용적률 상향 등 특례를 줘 개발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사업이었는데, 이 법 시행으로 신탁사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등 민간이 주도할 수 있게 됐다. 민간 중심으로 도심 복합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2022년 ‘8·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것이다. 마침 동자동 재개발에 적용 가능한 사업방식이다. 주민대책위는 이 법에 따른 민간개발을 공공주택사업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벌써 신탁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전 준비도 마쳤다.
문제는 이것이 주민대책위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됐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려 의견수렴을 계속하는 중이다. 새로운 사업방식을 원하는 주민들도 있고, 제도가 바뀐 부분도 있다”며 “민간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주민은 아니더라도 다수의 주민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공공주택사업 이외의 다른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도심 복합개발 지원법에 따라 민간 사업자는 주민 3분의 2,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민은 토지·건물 소유자로, 쪽방 주민 등 세입자는 의견수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서울시의 태도 변화는 극적이다 못해 어지럽기까지 하다. 2023년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자동을 찾아 “지금 공공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외침을 하고 계십니다. 몇 번 ‘그 방향으로 갈 겁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못 믿으시나 봐요”라며 “좀 안심시켜 드려도 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공공개발을 확언하던 태도는 1년 만에 달라졌다. 2024년 7월 오 시장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동자동에서 조찬 회동을 한 뒤 주민들에게 “제 해법은 사업성을 높여드리는 거예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면, 아무래도 가구 분에 여유가 생기니까 세입자분들에게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어요. 그 점을 가지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협의 중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오 시장의 발언은 공공주택사업이 아니라 민간개발을 언급한 것이다. 공공주택사업은 애초 쪽방 주민 전원이 이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을 목표로 해, 사업성에 따라 임대주택의 규모가 달라지지 않는다.
오 시장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월 24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동자동을 방문해 “(쪽방 주민들이) 원하는 건 공공사업으로 해주고, 두 번째는 임대주택 들어갈 수 있게 해주고 두 가지 아니에요. 그 두 가지를 비대위원장님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로 읽혔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께서 공공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이 사업은 국토부 주관 사업이다. 서울시는 공공개발로 할지, 민간개발로 할지 정할 권한이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님이 오셨으니까 국토부와의 협의를 당부한 것”이라고 했다. 정책 결정권자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는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한다.
지난 2월 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건물에 공공개발 추진을 촉구하는 쪽방 주민들의 유인물이 붙어 있다. 정부가 2021년 2월 5일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4년이 지났지만 토지·건물주의 반대로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주거 안정 뒷전으로
공공주택사업의 후퇴 징후는 동자동 쪽방촌의 주거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 민간 주도 개발이 추진될 경우 임대주택이 얼마나 공급될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실질적으로 살 사람만 (임대주택 입주를) 도와준다”는 주민대책위 관계자의 말처럼 임대주택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사업 착수 단계부터 임대주택 규모를 줄이기 위해 쪽방 주민들에 대한 강제퇴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동자동 쪽방촌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서울 중구 양동 쪽방촌 일대는 2019년부터 민간 주도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2019년 기준 양동 쪽방 주민은 471명이었는데 공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급격히 수가 줄었다. 재개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주비도 주지 않은 채 주민을 내보내는 등 재개발을 앞두고 강제퇴거가 잇따랐다. 쪽방 주민과 홈리스행동 등이 주거 대책을 요구했고, 2021년 주민 재정착을 위해 임대주택 182호를 짓기로 했다. 2년 만에 쪽방 주민 3명 중 1명은 떠난 셈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공람공고나 구획 지정이나 개발 단계가 일단 본격화되면 세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퇴거 사유를 보면 ‘건물 금이 갔다’, ‘사업이 망해서 건물 팔아야 한다’ 등 개발이 아닌 다른 사유를 대면서 두 달 치 방세를 안 받고 내보낸다. 불법적인 사전 퇴거이기에 서울시가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규모를 줄이고 법에서 정하는 주거이전비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몇몇 건물주는 쪽방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거부하고 있다. 쪽방 수도 줄고 있다. 2020년 동자동 쪽방 건물은 67동이었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 59동으로 줄었다. 이동현 활동가는 “국토부 주민설명회 때 ‘푼돈 받으려고 쪽방 운영하지 말고 사람들 내보내라’는 공개 발언도 나왔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의 후퇴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토지·건물주들은 공공주택사업 지구지정만 막아낸 것이 아니다. 거센 반대를 해 정부로부터 최대한 챙길 것을 챙겼다. 이들은 공공주택사업이 진행될 때는 실거주자가 아니라도 아파트 분양권을 보상받을 수 있는 법 개정을 끌어냈고, 민간 도심 복합개발 사업이 추진될 경우에는 용적률에서 특례를 볼 수 있게 됐다. 토지·건물주들이 사유재산권을 내세워 공공개발에 반대하면 반대할수록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개발 사업은 추진을 하지 않으니만 못한 정책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간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쪽방촌 리모델링도 있었고, 도시재생과 결합한 사업도 있었고 민간개발 방식에 쪽방 이주 대책을 녹아들게 하는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그런 시도로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됐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토지·건물주들의 반대를 이유로 쪽방 주민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거의 최저선 보장을 목표로 내건 공공개발은 한국사회에선 그저 ‘꿈’이었을까. 동자동 쪽방촌 개발이 제자리를 맴돌며 점차 후퇴한 과정은 재산권이 모든 권리를 압도하는 한국사회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