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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이용대 배드민턴 요넥스 플레잉코치

편집자주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찍어낸 전설들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과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은퇴 후 제2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의 건강 관리법 등을 함께 들어봅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가 지난 1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용대는 현재 요넥스 플레잉 코치로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박시몬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의 황금기였다. 박태환(수영), 이용대(배드민턴), 장미란(역도), 진종오(사격) 등 새로운 스포츠 영웅이 대거 탄생했다. 구기 종목에선 야구가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뤘다.

많은 선수가 스타덤에 올랐지만 유독 국민의 마음을 훔친 선수가 있었다. 윙크 한 번으로 단숨에 ‘국민 남동생’이 된 이용대다. 이효정과 짝을 이뤄 출전한 배드민턴 혼합 복식 결승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이용대는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보냈다.

이용대 윙크 소식을 전한 본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수 이승기를 닮은 외모에 실력까지 갖춘 배드민턴 막내에게 관심이 쏟아진 나머지 싸이월드 개인 미니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 2위는 줄곧 ‘이용대 미니홈피’ ‘이용대’가 자리했을 정도로 신드롬이 일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1988년생 ‘젊은 레전드’ 이용대는 아직 라켓만큼은 계속 붙잡고 있다. 요넥스 팀에서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신분인 플레잉 코치로 후배들과 함께 경기를 뛰면서 코치 역할도 소화한다.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용대를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만났다.

야구 할 뻔했던 신동… 초·중 1년 직속 후배가 김선빈

2006년 대표팀 당시 태릉선수촌 생활 때 이용대.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용대는 어렸을 때 또래보다 덩치가 컸다고 한다. 학교에서 ‘키번호’를 매길 때 늘 뒤에 위치했다. 화순초 2학년에 라켓을 처음 잡았는데, 이유는 살을 빼기 위해서다. 이용대는 “엄청 뚱뚱한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한번 살을 빼 봐라’ 해서 시작했다”며 “운동이 힘드니까 1년 만에 살이 쫙 빠졌다”고 돌아봤다.

야구 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배드민턴은 잠깐만 할 생각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야구를 시키려고 광주로 보내려 했다”며 “그런데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배드민턴을 엄청 좋아하셨고, 나도 야구보다 배드민턴이 더 끌렸다”고 설명했다.

만약 야구를 했다면 초·중학교 1년 직속 후배 KIA 김선빈과 같은 길을 걸었을 수 있다. 이용대는 “각자 운동하느라 바빠서 남는 시간에 조금씩 야구와 배드민턴을 같이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난 운동을 좀 잘했고, 김선빈은 그때 당시엔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다”며 웃었다.

이용대를 키우고, 지금의 안세영을 만든 은사를 만난 건 큰 축복이었다. 4학년 때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아 이듬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이용대는 “대회만 나갔다 하면 다 우승을 이뤄내는 최용호 감독님을 운 좋게 화순에서 만났다”며 “5학년 때 6학년들을 계속 이기면서 선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 냉온탕 오간 첫 올림픽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용대가 코트에 누워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재능이 탁월했던 이용대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화순중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화순실고 2학년이던 2006년 1월 정재성과 함께 독일오픈 남자 복식에서 시니어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그는 “선배들과 계속 함께하면서 이기려고 노력했다”며 “다만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땐 어린 나이에 선수촌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대표팀 안에서 선배들과 경쟁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슬럼프 없이 2008 베이징 올림픽으로 향했던 이용대는 전력을 기울여 준비했던 남자 복식 1회전부터 쓴맛을 봤다. 그해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에서 우승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용대는 “올림픽 전 큰 대회에서 우승했고, 시드도 4번으로 높아 기대를 많이 하고 나갔다”며 “적어도 ‘8강은 통과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1회전에서 탈락해 첫 올림픽이 끝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후 혼합 복식은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랭킹(10위)이 낮아 기대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뛰어 보니 몸도 가벼웠고, 2회전에서 만날 우승 후보 중국 조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용대는 “편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긴장이 안되더라”며 “10번 하면 1번 이길까 하는 중국 선수들이 1회전에서 탈락하는 운도 따랐다”고 했다. 그렇게 4강 벽을 뚫고 결승에서 세계 1위 인도네시아 조를 꺾는 ‘금빛 스매시’를 완성했다.

윙크 세리머니로 큰 화제를 모은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어머니에게 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무의식 중에 나온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용대는 “솔직히 너무 흥분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윙크가) 나온 거라 어느 누구한테 한 게 아니다. 당시 너무 어리니까 여자친구라고 하면 안될 것 같아 어머니한테 했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난 올림픽 전과 후가 완전히 뒤바뀐 선수”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루지 못한 남자 복식 금메달 꿈, 후배들이 이뤄줬으면

이용대 선수와 환상의 콤비를 이뤘던 정재성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포옹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혼합 복식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이용대는 남자 복식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땀 흘린 정재성에게 금메달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꾸준히 세계 1위를 유지한 이유도 좋은 시드로 올림픽 금메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1위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에 나간 이용대·정재성은 순항을 하다가 준결승에서 덴마크에 발목이 잡혔다. 3, 4위 전으로 밀려난 이들은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용대는 “(정)재성이 형과 아시안게임 2번에 올림픽 2번을 같이했으니까 정말 오래된 파트너”라며 “어렸을 때 재성이 형이 나를 선택해줬던 만큼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무조건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더 좋은 색의 메달이었으면 했지만 그래도 값진 동메달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용대. 박시몬 기자


정재성의 은퇴로 이용대는 새 파트너 유연성과 다음 올림픽을 준비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둘은 세계 1위를 지켜 다시 한번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으나 8강에서 세계 12위 말레이시아 선수들에게 허무하게 졌다. 이용대는 “우리를 이긴 선수들이 은메달을 땄다”며 “올림픽은 꼭 한번 찾아오는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그 고비를 못 넘긴 게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곱씹었다.

리우 올림픽 후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용대는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뛰었다. 내심 랭킹 포인트를 쌓아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노렸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들이 취소돼 나서지 못했다. 이제는 소속팀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며, 서승재(삼성생명) 등 후배들이 대신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 꿈을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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