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의원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또 저는 사람이라고 하지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윤 대통령)
180도 다른 주장이 터졌음에도 한 공간 안의 두 당사자는 말 한마디 섞지 못했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재판관 신문에만 답했고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신문이 끝난 후에야 방백(傍白)하듯 본인 주장을 폈다. 대질신문(對質訊問)했을 경우 양측 진술의 신빙성을 더 깊이 따져볼 수 있었겠지만, 닿지 않는 평행선 주장만 그어졌다.
하지만 다음 재판인 지난 4일 5차 변론에서 이는 뒤집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재판부가 평의를 거친 결과 증인 신문은 양측 대리인만 하고, 본인(윤 대통령)이 희망하는 경우 증인 신문 절차가 끝난 후에 의견 진술할 기회를 드리는 것으로 정했다”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결과”라고 밝히면서다.
이때부터 윤 대통령이 증인신문 동안 눈을 감은 채 듣는 장면이 많이 보였다. 대리인단이 증인신문할 때 질문할 내용을 요청하는 듯 무언가 메모를 적어 전달하거나 귓속말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고, 때로는 대리인의 질문을 제지하는 장면도 보였다. 마이크를 잡을 권한만 없을 뿐이지 사실상 증인 신문을 진두지휘하면서 헌재가 전원일치로 결정한 신문권 박탈 의미가 희석됐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헌재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겼다”(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법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40조 1항)고 규정하고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은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163조 1항)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형사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27조 4항) 등 조항과 관련해 장 교수는 “헌재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형사 재판에서의 피고인 증인 신문은 상당히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만 5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 인사다. 대장동 재판에서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하는 유동규 전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증인(유동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 (과거에)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해 유 전 본부장이 “또 프레임을 씌우려 하느냐”고 반발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재판에서 위증 교사 의혹이 나왔을 정도로 증인 진술 방향에 관심이 많다.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김진성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전화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요청하고 실현시킨 혐의로 2023년 10월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김씨 위증은 유죄(벌금 500만원)가 인정됐으나,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 중이다.
물론 “징계 절차에 가까운 탄핵심판에서 현직 대통령이 신문에 나서는 것은 증인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형사재판과 달리 봐야 한다”(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신문하는 것을 본 후 재판부가 불허 결정을 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질문 자체가 탄핵심판 성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또 저는 사람이라고 하지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오른쪽은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사진 헌법재판소
지난 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의 공방은 진실싸움만 가열된 채 끝났다. 윤 대통령이 12·3 계엄 당시 “국회의사당 안 의원을 끄집어내라” 지시했다고 주장해 온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그날의 실체’가 가려질 수 있을까 이목이 쏠린 날이었지만, 도리어 ‘의원’ ‘요원’ ‘인원’ 단어가 혼재되면서 혼란은 커졌다.
180도 다른 주장이 터졌음에도 한 공간 안의 두 당사자는 말 한마디 섞지 못했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재판관 신문에만 답했고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신문이 끝난 후에야 방백(傍白)하듯 본인 주장을 폈다. 대질신문(對質訊問)했을 경우 양측 진술의 신빙성을 더 깊이 따져볼 수 있었겠지만, 닿지 않는 평행선 주장만 그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4차 변론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첫 증인으로 출석한 이 날 윤 대통령은 직접 “제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제가) ‘놔둡시다’ 했는데 기억이 나느냐” 등 여러 질문을 했다. “말씀하시니 기억난다” 등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맞춤형 답변을 한다는 논란도 있었으나, 어찌 됐든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증인 신문한 첫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다음 재판인 지난 4일 5차 변론에서 이는 뒤집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재판부가 평의를 거친 결과 증인 신문은 양측 대리인만 하고, 본인(윤 대통령)이 희망하는 경우 증인 신문 절차가 끝난 후에 의견 진술할 기회를 드리는 것으로 정했다”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결과”라고 밝히면서다.
이때부터 윤 대통령이 증인신문 동안 눈을 감은 채 듣는 장면이 많이 보였다. 대리인단이 증인신문할 때 질문할 내용을 요청하는 듯 무언가 메모를 적어 전달하거나 귓속말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고, 때로는 대리인의 질문을 제지하는 장면도 보였다. 마이크를 잡을 권한만 없을 뿐이지 사실상 증인 신문을 진두지휘하면서 헌재가 전원일치로 결정한 신문권 박탈 의미가 희석됐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헌재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겼다”(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법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40조 1항)고 규정하고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은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163조 1항)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형사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27조 4항) 등 조항과 관련해 장 교수는 “헌재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형사 재판에서의 피고인 증인 신문은 상당히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만 5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 인사다. 대장동 재판에서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하는 유동규 전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증인(유동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 (과거에)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해 유 전 본부장이 “또 프레임을 씌우려 하느냐”고 반발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재판에서 위증 교사 의혹이 나왔을 정도로 증인 진술 방향에 관심이 많다.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김진성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전화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요청하고 실현시킨 혐의로 2023년 10월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김씨 위증은 유죄(벌금 500만원)가 인정됐으나,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 중이다.
물론 “징계 절차에 가까운 탄핵심판에서 현직 대통령이 신문에 나서는 것은 증인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형사재판과 달리 봐야 한다”(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신문하는 것을 본 후 재판부가 불허 결정을 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질문 자체가 탄핵심판 성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헌재는 현재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엠브레인 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8세 이상 1005명을 조사(지난 3~5일)한 결과에서 헌재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52%, ‘신뢰하지 않는다’는 43%였다. 장 교수는 “법에 명시된 반론권마저 보장하지 않는 자의적 진행은 결국 헌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체적 진실 찾기가 궁극적 목적이지만 절차적 정당성도 충실히 지켜지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