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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 매직필(Magic Pill)
책 '도둑맞은 집중력' '매직필'의 저자 요한 하리 작가가 비만치료제 오젬픽을 맞기 전(왼쪽)과 후. 6개월 만에 9.5㎏이 빠졌다. 어크로스 제공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영국 작가 요한 하리(46)는 체중 4분의 1을 감량해 준다는 기적의 비만치료제, '오젬픽'의 주삿바늘을 뱃속에 찔러 넣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당시 그의 신체 조건은 키 173㎝, 몸무게 92㎏, 체지방률 32%. 빼도 박도 못 하는 비만이었다.

그의 부모가 10대였던 1960년대만 해도 영국과 미국에는 비만 인구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영국의 성인 비만율은 26%, 미국은 42.5%다. 저자는 고도비만이었던 친구 '해나'가 당뇨, 암 등으로 고생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는 부고를 접한다. 한 세대 만에 인류의 유전자 구성이 변한 건 아닐 터. 비만에 대한 질문은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문화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6개월 만에 9.5㎏이 빠졌다

영국 작가 요한 하리가 비만치료제 '오젬픽'을 맞고 난 후의 신체 변화. 그는 신간 '매직필'에서 다이어트 신약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이야기하면서도 손쉽게 약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경종을 울린다. 어크로스 제공


'도둑맞은 집중력'의 작가, 요한 하리가 돌아왔다. 신간 '매직필'은 비만과 비만치료제 '오젬픽'을 취재한 저자의 생생한 체험까지 담았다. 팬데믹 기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저자는 오젬픽의 존재를 접하고, 생애 처음으로 식단이나 운동이 아닌 약을 써서 살을 빼기로 결심한다. 동시에 식품산업 관계자, 제약회사 연구원 등 100여 명을 인터뷰하며 비만의 과학적, 사회문화적 진실을 파헤친다.

오젬픽은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신약으로, 포만감을 관장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펩티드-1)' 호르몬을 활용해 식욕을 떨어뜨리는 비만치료제다. 평균 5~24%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도 오젬픽을 맞고 이틀째 되는 날, 입맛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6개월 만에 9.5㎏이 빠졌다.

그런데 이 '마법의 약'이 그저 달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메스꺼움과 구역질, 심장이 빨리 뛰는 부작용이 수시로 찾아왔다. 살은 빠졌지만 '나와 우리, 우리 문화는 짧은 기간에 왜 이렇게 엄청나게 뚱뚱해졌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은 끈질기게 남았다.

음식을 '요리'하지 않는다 '제조'한다

한 약사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저자의 시선은 초가공식품에 지배된 현대인의 식습관에 닿는다. 우리는 지금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 아닌 '제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책은 '딸기맛 밀크셰이크'를 예로 든다. 사람들은 딸기맛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과정 어디에선가 진짜 딸기를 넣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전형적 딸기맛 밀크셰이크는 50여 가지의 화학물질로만 만든다. 진짜 딸기는 거기에 없다.

이런 공업적 생산 과정을 거친 음식엔 금속 맛이나 쓴맛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향료, 감미료, 보존제 등 6,000종류의 식품 첨가물이 활용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인공 향료는 바닐린. 석유 화학 제품이나 목재 펄프, 톱밥 등을 이용해 만든 가짜 바닐라다. '미트 슬러리(meat slurry)'도 있다. 액화 닭고기에 유화제를 섞은, 값싼 치킨 너겟의 재료다.

시민들이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만율 4.5%, 일본에서 배워라



저자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지 않고 약에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만치료제가 급한 불을 끄는 사후처방은 될 수 있지만, 비만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그는 해답을 일본 음식에서 찾는다. 일본의 성인 비만율은 4.5%다.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생선, 김, 샐러드, 된장국 등 원재료가 분명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멕시코가 가당음료, 과자 등 정크 푸드에 소비세를 부과한 것처럼 식품회사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세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만큼만 바뀐다.

저자는 "오젬픽과 그 후속 약들이 피임약과 프로작(우울증 치료제)과 함께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상징적인 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국은 이 디스토피아의 예외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34.4%(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다. 지난해 10월, 한국에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가 공식 출시됐다.

매직필·요한 하리 지음·이지연 옮김·어크로스 발행·404쪽·1만9,800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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