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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서 빠진 출산크레디트 설계 문제]
둘째아부터 연금 가입기간 가산 혜택 부여
2008년 제도 도입, 현재 수급자 98% 남성
여성 경력 단절 탓 수급 자격 기준 못 채워
현재는 연금 수급 시작할 때 적용해 문제
출산 직후 적용해야 여성 경제활동 유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연합뉴스


국민연금엔 민간연금이 할 수 없는 '사회적 보상 및 약자 친화 요소'가 가미돼 있다. 기본적으로 저소득층일수록 내는 보험료에 비해 조금 더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크레디트 제도인데, 특정 대상에 보험가입 기간을 더 얹어주는 방식이다. 현재 출산·실업(저소득층 한정)·군복무크레디트가 도입돼 있다. 일괄적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 수령액의 비율) 높이기에만 열중하면 오히려 연금 양극화가 강화되는 만큼, 저소득층의 실질 연금 증대를 위해선 크레디트 제도의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저출생 고령화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의 연금 수급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출산 크레디트
수혜자 98%가 남성
인 것으로 나타난다. 설계상의 잘못 때문에 오히려 '연금 강자'인 남성들에게 혜택이 몰리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금 개혁안
엔 출산크레디트를 첫째 아이까지 확대하는 등의 개정안이 포함됐지만,
출산 여성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최종적으로 빠져 있다.
국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모수 조정'(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출산크레디트의 설계 수정도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여성 경력 단절 탓, 남성에게 쏠리는 출산크레디트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산이나 입양으로 자녀를 둘 이상 둔 경우, 연금 수급 시점이 됐을 때 자녀 수에 따라 연금 가입기간이 가산된다. 자녀 2명이면 가입기간 12개월이 더해지고, 셋째부터는 18개월씩 더해져 최대 50개월까지 늘어난다. 가령 연금 가입기간이 15년인 사람이 자녀 넷을 뒀다면 출산크레디트 48개월이 추가돼 총가입기간은 19년이 된다.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연금 수급액이 올라간다. 출산크레디트가 적용되는 경우 지난해 기준 월 3만1,380원(자녀 2명)에서 13만770원(자녀 5명 이상)까지 연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무르익으면서 출산크레디트 수급자는 점점 늘어나 2019년 1,354명에서 지난해 6월 5,981명으로 4년 반 사이 3.7배 증가했다. 하지만 그중 남자가 98%를 차지한다. 명색이 ‘출산크레디트’인데 출산에 대한 보상을 남성이 받고 있는 셈이다.

여성은 2019년 19명(1%), 2020년 39명(1.9%), 2021년 57명(1.9%), 2022년 86명(2%), 2023년 106명(2.1%), 2024년 6월 132명(2.2%)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제도 취지와 정반대되는 현실이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출산 직후 아닌, 연금 받을 때 적용하다 보니···



주요 원인으로 제도 설계상 오류가 꼽힌다. 출산크레디트는 가입자가 자녀를 출산·입양했을 때가 아니라 노후에 연금을 받는 시기에 인정된다. 늘어나는 가입기간을 부부 합의에 따라 한쪽에 몰아주거나 균분해서 각각 산입한다.

그러다 보니 통상적으로 수급 연령에 먼저 도달하는 남성에게 출산크레디트가 쏠린다. 또 가입기간이 늘면 연금 수급액도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장생활을 오래 한 남성에게 출산크레디트를 산입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소득 보장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여성은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탓에 연급 수급 자격 기준(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노동시장에 나온다 해도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나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게 돼 연금 가입기간에 공백이 발생하거나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기 어렵다.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를 보면, 2020년 12월 기준 연금 가입자 수는 20~24세에서 여성(42만7,000명)이 남성(31만3,000명)보다 많지만, 25~29세부터 역전된다. 35~39세에선 남성(144만 명)이 여성(94만7,000명)보다 49만3,000명이나 많다. 연구진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데다 노동시장에 남아 일하더라도 일자리 상당수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출산·입양 직후 크레디트 고지하고 지급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불합리를 개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출산크레디트를
연금 수급 개시 때가 아니라 출산·입양 시점에 곧바로 적립
해 주는 것이다.

지금은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생 신고 같은 행정 절차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출산크레디트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연금 가입기간을 즉시 가산해 줄 경우, 우선 ‘제도 인지 효과’가 발생한다”며 “정책 체감도가 높아지면 여성의 경제활동도 촉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런 식으로 제도를 운용
하고 있다.

예컨대 연금 가입기간이 7년인
여성
이 출산·입양 직후 출산크레디트 12개월을 받아 가입기간이 8년으로 늘어나면, 혹여 경력 단절이 생기더라도 연금 수급 자격 기준인 가입기간 10년까지 남은 2년을 채우고자
적극적으로 직업 활동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유인
이 생긴다. 그러면 가입기간이 모자라 남성에게 출산크레디트가 쏠리는 모순도 줄어들 수 있다. 여성의 연금 수급권 확대라는 제도 취지에도 부합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출산크레디트 혜택도 커진다는 사실이 출산·입양 시점에 인지되면 다자녀 출산 장려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좋은 제도가 있어도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제도의 혜택을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는 연금 크레디트 정책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수급권자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출산크레디트를 여성에게 우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금 가입자 성비는 2014년 남성 57%, 여성 43%에서 지난해 6월 남성 54.2%, 여성 45.8%로 격차가 다소 줄었고, 평균 가입기간도 같은 기간 남성 9.8년→12.3년, 여성 6.1년→9.6년으로 확대됐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
출산크레디트 도입 당시
에는
여성 가운데 연금 수급권자가 적어 혜택이 소멸되지 않도록 부부 중 한 명에게 합의해 주도록 했다
”며 “앞으로는 여성에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합의에 따라 남성 배우자에게도 분할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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