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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노숙인 구호 함께해보니
맹추위가 이어진 5일 ‘서울특별시립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 활동가가 서울역 노숙인 텐트촌을 돌며 방한용품과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email protected]


한파에 더 취약한 ‘거리의 시민’

평상시 2~3배 핫팩·간식 전달

혐오·차별에 더 추운 겨울나기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립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희망지원센터)에서는 분주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거리에서 ○○님 보시는 분은 꼭 얘기해줘요. 안 들어오신다는 분들은 핫팩이랑 침낭 챙겨드리고요.”

노숙인 아웃리치(적극적인 소통 활동)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방에는 미리 포장을 뜯어둔 핫팩 수십개와 양말, 사탕·빵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날처럼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오면 노숙인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깊어진다.

이형운 희망지원센터 실장은 “오늘처럼 추운 날은 따뜻한 핫팩을 바로 전하기 위해 미리 뜯어둔다”며 “어제부터는 평상시보다 2~3배 정도 더 많이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 머무는 노숙인들은 한파에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겉옷으로 몸을 꽁꽁 싸맨 노숙인들은 주춤거리며 센터 직원들에게 다가와 “핫팩 있어요?”라고 물었다. 서울역 인근 중앙 지하도와 남대문 지하도에 머무는 노숙인들은 앉은 자리에 종이 상자와 담요를 둘러 찬 바람을 막았다. 한 노숙인은 베개 대신 핫팩을 베고는 웅크려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센터 직원들은 이들에게 핫팩과 간식을 나눠주며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오늘 너무 추운데 같이 안에 들어가시면 어때요?”라는 말을 건넸다. 직원들이 보이는 관심과 호의에 노숙인들도 손을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꽁꽁 얼어붙은 거리는 온기가 가득한 대화와 미소에 조금씩 녹았다. 이 실장이 한 노숙인에게 “요즘은 술 안 드시는 거죠?”라고 묻자 “저 요즘 주차장에 취업하려고 일 열심히 배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실장은 “아무리 춥고 몸이 아파도 센터로 들어가시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며 “이런 분들은 라포르(신뢰관계)가 형성돼야 저희를 믿고 찾아오기 때문에 수시로 찾아뵈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칼바람을 피해 실내를 찾는 노숙인도 적지 않았다. 밤 9시쯤 센터에는 노숙인 20여명이 추위를 피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센터 곳곳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다. 남대문 지하도에서 머물던 노숙인 김기완씨(59)도 몸을 녹이려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기예보를 보던 그는 “지난주보다 추워서 밖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얼어 죽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손에 쥔 핫팩을 내보이며 “요즘은 이게 제일 소중하다”면서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파만큼 두려운 것은 혐오와 차별이다. 센터장인 여재훈 신부는 지난해 6월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이 살해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노숙인들을 위험한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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