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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무죄 판결문 908쪽 분석>
분식회계? 회계처리 결과가 특정인에
유리하다고 부정회계로 볼 수는 없어
"경제적 실질 부합한 유용한 정보 제공"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미리 정한 특정한 결론이 결국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던 대안 중 하나였다면 그것을 부정회계로 볼 필요성이 많지 않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4일 최대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무죄 판결 이유를 판결문에 상세히 적었다.

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이 회장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전체 908쪽 가운데 230쪽에 걸쳐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남겼다. 이 회장은 검찰이 기소한 19개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에피스 '종속기업→관계기업', 회계처리 위반인가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처리 과정을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에피스)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종속기업으로 처리하다가 2015년부터 지배력에 변동이 있다면서 제한적 영향력을 가진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기업 자산가치를 4조5,000억 원가량 부풀렸다고 봤다. 당시 에피스 합작 상대사인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어서, 삼성바이오는 애초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없었는데도 자본잠식에 빠지는 것을 회피하려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고 의심했다. 콜옵션은 특정 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다. 쟁점은 ①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하는 걸 전제로 회계처리한 것이 회계기준 위반에 해당하는지 ②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배력을 상실하는 회계처리를 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였다.

엇갈린 형사·행정사건 판단, 검찰 공소장 변경했지만

그래픽=김대훈 기자


항소심에 앞서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회장의 1심 재판부와 삼성바이오가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법원 재판부는 ①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②를 두고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사실관계를 반영한 회계처리로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행정법원에선 "자본잠식 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지배력 상실 처리를 했다"고 판단했다. 정답을 정해놓고 이를 합리화하는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 항소심에서 행정법원 판단을 인용해 1심 판결을 뒤집으려고 했다.

"결과, 특정인에 유리한 것만으로 부정회계 아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회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시스


그러나 항소심 결론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였다. 재판부는 '경제적 실질'을 강조했다. 2015년 에피스의 성공 가능성이 커져서 바이오젠 입장에선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서) 삼성바이오 부채가 늘어나 자본잠식에 빠진다는 회계처리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고 회계정보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며
"이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거짓된 시도로 단정할 수 없다"
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모든 상황을 확인했고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그 판단의 결론이란 취지다.

검찰은 회계처리 과정과 목적, 동기가 중요하다면서 특정한 결론을 정한 뒤 합리화하는 게 부정회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했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관적 선의에 기초한 것인지까지 따져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계처리 결과가 특정인에게 유리한 것이란 점만으로 부정회계가 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면서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유용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한 부정회계로 제재할 정책적 필요성 또한 없다"
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이 특정 결론을 정해 놓은 것이란 근거로 제시한 내부 관계자들 문건이나 이메일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단편적 인식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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