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지난달 29일 설날 저녁 충북 충주중학교 운동장,
흰색 SUV 한 대가 들어오더니 속도를 높이고 급제동을 하며 이른바 '드리프트'를 계속합니다.
눈 쌓인 운동장을 마치 경주장 삼듯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드리프트를 연습한 차, 잠시 뒤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쌓인 눈 아래에 뭐가 있었는지 몰랐던 걸까.
이 차량이 달렸던 운동장은 불과 한 달 전 완공된 인조 잔디구장이었습니다.
인조 잔디를 까는 데만 15억 원이 들었고, 아직 방학 중이라 학생들은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심재유/충주중학교 행정실장]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공교롭게 없는 구간을 어떻게 알고 들어갔는지 저희들도 화면을 보고 좀 많이 놀랐거든요."
고심하던 학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상식 이하의 행위다",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냐"며 운전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엿새 만인 어제 오후 3시쯤 20대 운전자가 학교를 찾아와 범행을 시인하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운전자 A씨는 학교 관계자에게 "눈 밑에 새로 깐 잔디가 있는지 모르고 한 행동"이라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잔디가 손상됐다면 변상하겠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사과 이후 A씨는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가 조사를 받고 귀가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인조 잔디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A씨가 변상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