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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조 운영 지시' 의혹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맞붙었다. 검찰과 국회에서 일관되게 '검거 명단'을 콕 짚어 얘기한 홍 전 차장을 향해, 윤 대통령 측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1시간 일찍 헌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날도 앞선 기일 때와 같이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출석했다. 왼손엔 검은 손목 시계를 차고, 머리는 2대 8 가르마를 타 깔끔하게 넘기고 드라이를 한 듯했다.

이날 신문이 이뤄진 국회 측 증인 중 마지막 순서로 호명된 홍 전 차장은 입정과 동시에 윤 대통령과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홍 전 차장이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지만, 홍 전 차장이 증인석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던 윤 대통령은 고개를 휙 돌렸다.

홍 전 차장은 별도 가림막 없이 윤 대통령 앞에 섰지만, 증인 신문과 동시에 계엄군의 주요 인사 체포 의혹과 관련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한 게 맞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정확한 단어 사용이 '체포조'가 맞냐"는 물음에도 "네"라고 힘줘 대답했다. 홍 전 차장은 특히 "지금도 의원 체포·감금·조사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 말하는 심경을 전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 진술의 허점을 들춰내려고 했다. 홍 전 차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체포조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그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한 시점에 대한 발언이 일관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헌재 법정에선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려는 변호인과, 답변을 신중히 고심하는 홍 전 차장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제 질문이 어렵냐" "경질 전까지 민주당 의원과 전화한 사실 있냐"며 압박하자, 홍 전 차장은 "내가 피의자로 조사 받는 게 아니지 않냐"고 응수했다.

홍 전 차장에게 제기된 '대북공작금 횡령' 의혹을 거론하며 진술 동기를 공격하는 물음엔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돈을 모아 상납했다는 얘기까지 하는데, 그랬다면 검찰총장까지 하신 대통령이 2년 반 동안 저를 국정원에 두셨겠느냐"고 반문했다.

설전 중간중간 희미한 웃음을 보이던 윤 대통령은 신문이 마무리된 후 발언권을 얻어 직접 공방에 가세했다. 그는 "경질 이유는 대통령이 알 것"이란 홍 전 차장 발언을 의식한 듯 "조 원장이 '정치적 중립' 문제 때문에 해임해야겠다고 하기에 다른 것은 묻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 홍 전 차장에게 직접 전화했던 상황에 대해선 "전화를 받으니까 벌써 딱 반주한 느낌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싹 잡아들여' 발언에 목적어가 없었단 홍 전 차장 주장과 달리 "방첩사가 간첩 수사를 잘하게 도와주라고, 계엄과 관련 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 신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가 황당하다는 취지로 강변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선 일어난 일이 얘기가 되는데 이번 사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군 장병을 투입하라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나 사이버전에 특화된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가 아닌 정보사 소속 장병이 투입된 경위에 대해선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에선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구속 취소는 보석과 달리 구속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기존 '불법 수사' 주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7일 이내에 구속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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