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직접 지시받았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오늘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다만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단어가 체포조가 맞느냐',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서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말하며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국회 측은 홍 전 차장과 윤 대통령, 여 전 사령관의 통화 기록도 공개했습니다.
국회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오후 8시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지만, 홍 전 차장은 받지 못했고, 오후 8시 22분쯤 홍 전 차장이 다시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20초간 통화했는데, 이때 윤 대통령은 '한두 시간 후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고 지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53분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4초간 통화했는데,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이 통화에서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후 10시 58분쯤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48초간, 11시 6분에 다시 전화를 걸어 2분 47초간 통화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 체포 명단을 불러줘 받아적었다고 홍 전 차장은 증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판부에 직접 발언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이 만약 계엄 상황에 대해 국정원에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원장한테 직접, 기관장한테 무조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 사안이 아니고, 해외 순방 때 격려 차원에서 한번 해야겠다고 해서 한 것"이라며 "방첩사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 거"라고 반박했습니다.
오늘 심판정에서는 홍 전 차장이 12월 5일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홍 전 차장은 김 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난 잘못한 게 없다가 아니고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하셔야 한다, 눈물을 흘리시고 무릎을 꿇으셔야 한다"고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증인 혼자 그렇게 이해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김 변호사가 추궁하자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에서 간첩이 언급됐느냐'고 국회 측에서 묻자, 홍 전 차장은 "없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