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대출자 명의로 수백억 대출
대출 대가로 수억원 금품·향응 수수
농협금융, 자본금 열악한데 중앙회 조단위 지원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직원들이 대출 브로커들과 짜고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수백억원대 불당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들 직원은 브로커들에게 수억원의 금품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이런 내용의 KB금융지주·국민은행과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금융사는 지난해 금감원의 정기 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A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와 모의해 892억원 상당의 부동산 불당대출을 취급했다. A 팀장은 시행사・브로커로부터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의 명의로 대출을 내줬다. A 팀장은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부동산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대출을 집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총 291건의 대출이 나갔다. 부당대출에 가담한 시행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A 팀장은 부당대출 대가로 브로커와 시행사에게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정확한 금품·향응 규모를 파악 중이다.
또한 대출 취급 시 제출받은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추가 확인 절차 없이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거나, 여신 서류를 직접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은행은의 한 지점 직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당 대출 649억원을 내줬다. B 지점장과 C 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렸다. 또 농협은행 내부 여신 한도와 전결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대출을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B 지점장과 C 팀장은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울러 시설자금 대출금을 브로커・차주 계좌로 지급하거나, 운전자금 대출 취급 후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점검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총 226억원의 대출금이 용도 외로 유용된 점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거액 부당대출 관련 혐의를 수사 당국에 통보했다.
국민은행은 계속되는 금융 사고에도 영업점 감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 대한 내부 감사 주기를 일률적으로 3년으로 운용하고, 감사 기간도 3~4영업일로 짧게 진행했다. 과거 발생한 금융 사고 위주로 사고 위험 분석이 이뤄져 새로운 수법의 금융 사고를 조기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은 금융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금융 당국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농협금융, 자본력 최저 수준에도 중앙회에 매년 1조원 지급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가 중장기 계획 없이 자본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유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은 매해 1조원 가량을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와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농지비는 농촌을 지원하고자 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계열사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돈을 의미한다. 농협금융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중앙회에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 형태로 납부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2023년 기준 농지비 4927억원과 배당금 6750억원 등 1조1677억원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자기자본비율이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최저 수준임에도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없이 매년 중앙회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하고 있어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고 했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농지비·배당 외에도 중앙회를 우회 지원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2022년 정기 검사 때 농협은행이 농협 관련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 기부하는 방식으로 중앙회 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발견하고 내부통제 절차 강화를 지도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이번 검사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중앙회 우회 지원을 지속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가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하게 측정・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두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0~20bps(basis point·1bps=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ET1은 금융사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 당국은 CET1 12%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금융지주는 자체적으로 13%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12%를 밑돌고 있다.
금감원은 대표적으로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할 경우 CET1 하락 요인이 된다고 했다.
국민은행, 해외 자회사 지원 절차 미흡
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면서 송금 당일 아침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하고 자금 지원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후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또 해외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7000억원 가량을 우회 지원한 점도 드러났다.
또 교육 미이수로 인해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이 없는 직원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투자권유·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 내부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브리지론을 취급할 수 없으나 영업부서에서 이를 우회해 부동산담보대출로 편법 취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또 검사 중 발견된 경영・내부통제상 취약점은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올해부터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해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겠다”며 “향후 금융 사고와 관련해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대출 대가로 수억원 금품·향응 수수
농협금융, 자본금 열악한데 중앙회 조단위 지원
그래픽=금융감독원 제공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직원들이 대출 브로커들과 짜고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수백억원대 불당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들 직원은 브로커들에게 수억원의 금품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이런 내용의 KB금융지주·국민은행과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금융사는 지난해 금감원의 정기 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A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와 모의해 892억원 상당의 부동산 불당대출을 취급했다. A 팀장은 시행사・브로커로부터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의 명의로 대출을 내줬다. A 팀장은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부동산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대출을 집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총 291건의 대출이 나갔다. 부당대출에 가담한 시행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A 팀장은 부당대출 대가로 브로커와 시행사에게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정확한 금품·향응 규모를 파악 중이다.
또한 대출 취급 시 제출받은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추가 확인 절차 없이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거나, 여신 서류를 직접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은행은의 한 지점 직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당 대출 649억원을 내줬다. B 지점장과 C 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렸다. 또 농협은행 내부 여신 한도와 전결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대출을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B 지점장과 C 팀장은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울러 시설자금 대출금을 브로커・차주 계좌로 지급하거나, 운전자금 대출 취급 후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점검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총 226억원의 대출금이 용도 외로 유용된 점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거액 부당대출 관련 혐의를 수사 당국에 통보했다.
국민은행은 계속되는 금융 사고에도 영업점 감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 대한 내부 감사 주기를 일률적으로 3년으로 운용하고, 감사 기간도 3~4영업일로 짧게 진행했다. 과거 발생한 금융 사고 위주로 사고 위험 분석이 이뤄져 새로운 수법의 금융 사고를 조기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은 금융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금융 당국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농협금융, 자본력 최저 수준에도 중앙회에 매년 1조원 지급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 제공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가 중장기 계획 없이 자본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유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은 매해 1조원 가량을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와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농지비는 농촌을 지원하고자 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계열사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돈을 의미한다. 농협금융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중앙회에 매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 형태로 납부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2023년 기준 농지비 4927억원과 배당금 6750억원 등 1조1677억원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자기자본비율이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최저 수준임에도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없이 매년 중앙회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하고 있어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고 했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농지비·배당 외에도 중앙회를 우회 지원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2022년 정기 검사 때 농협은행이 농협 관련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 기부하는 방식으로 중앙회 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발견하고 내부통제 절차 강화를 지도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이번 검사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중앙회 우회 지원을 지속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가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하게 측정・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두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0~20bps(basis point·1bps=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ET1은 금융사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 당국은 CET1 12%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금융지주는 자체적으로 13%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12%를 밑돌고 있다.
금감원은 대표적으로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할 경우 CET1 하락 요인이 된다고 했다.
국민은행, 해외 자회사 지원 절차 미흡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부코핀은행 전경. /조선DB
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면서 송금 당일 아침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하고 자금 지원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후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또 해외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7000억원 가량을 우회 지원한 점도 드러났다.
또 교육 미이수로 인해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이 없는 직원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투자권유·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 내부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브리지론을 취급할 수 없으나 영업부서에서 이를 우회해 부동산담보대출로 편법 취급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또 검사 중 발견된 경영・내부통제상 취약점은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올해부터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해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겠다”며 “향후 금융 사고와 관련해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