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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ING은행 금융시장부 부문장 인터뷰
“외환시장 개방, 추후 ‘24시간 원화 거래’ 초석 밟은 것”
“주요국 지표뿐 아니라 주식·가상화폐 시장도 살펴”
“RFI 도입에도 서울지점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
“환율에 영향 준 NDF 시장 쪼그라들어도 수요는 여전”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20년 넘게 변화가 없던 외환시장이 탈바꿈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던 국내 외환시장 영업시간이 1일부터 다음 날 오전 2시로 연장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24시간 개장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거래가 편해졌고, 해외 소재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외환시장의 변화와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외환 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계 은행이 수행해 온 외화 공급 역할은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본부가 보유한 현지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정통함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김병준 ING은행 금융시장부 부문장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SFC)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만난 김병준 ING은행 금융시장부 부문장은 외환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 은행이 마주할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ING은행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 기업이다.

김 부문장은 외환시장 개방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더 쉽게 진입하고 거래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번번이 좌절됐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중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김병준 ING 트레이딩 부문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가보지 않은 길’에 예의주시… 지표 발표마다 ‘긴장’
김 부문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2005년 ING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해 트레이딩 부문에서만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여러 은행과 증권사들이 모인 ‘인터뱅크’ 시장에서 물량을 직접 처리하는 트레이더 전문가다.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는 만큼 해외 본점이나 여러 지점과 협업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고객을 상대했다.

김 부문장은 한국의 외환시장 개방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했다. 김 부문장은 “당국이나 모든 시장 참가자는 (외환시장 거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연장된 시간대는 우리나라 낮 시간대에 비해 시장 유동성은 떨어지는 반면 미국 지표나 이벤트에 실시간으로 노출돼 필연적으로 변동성 확대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운영 시간이 다음 날 새벽 2시로 연장되는 것은 결국 추후 ‘24시간 원화 거래’가 가능해지는 전 단계라고 봤다. 김 부문장은 “외환당국은 우선 런던 시장을 전부 커버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시각 새벽 2시까지 연장을 먼저 시작했다”며 “이는 주로 런던시장 전체와 뉴욕시장 오전에 발생하는 거래에 한정해 대외 여건을 점검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오후 뉴욕시장에서는 원화 거래량이 감소해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결정 같은 주요 이벤트는 오후 뉴욕시장에 있어 24시간 개장할 경우 유동성을 더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 개방으로 살펴볼 지표들이 늘어나며 트레이더의 긴장도는 더 올라갔다. 김 부문장은 “매달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고용, 성장, 물가에 대한 주요국 지표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주식 시장, 원자재 시장 및 가상화폐 시장까지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계 은행의 업무 수행 방식도 변하게 된다. 시장 운영시간이 연장되면서 시중은행은 야간 데스크를 설치하고, 늘어난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이원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외국계 은행은 대부분 오후 6시 정도를 기점으로 싱가포르나 홍콩, 유럽에 있는 본지점으로 원화 거래 업무를 넘겨주게 된다”고 말했다.

7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김병준 ING 트레이딩 부문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외환 시장 개방, 韓 위상에 맞는 조치
그동안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은 국내에 외화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외환 시장 운영 시간이 연장되면 RFI(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를 통해 외화를 들여올 수 있게 되는 만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부문장은 “국외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외국계 은행 서울 지점을 통해 환전하고 그 돈으로 국내 채권,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해왔다”며 “RFI 도입으로 인해 외화 공급처로서의 역할은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지만, 서울지점이 현지 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은 RFI를 등록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 ING은행은 현재까지 네덜란드 본점인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싱가포르 지점에 ‘ING BANK N.V.’라는 이름으로 RFI 등록을 한 상태다. 김 부문장은 “RFI 등록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유럽에 기반을 둔 ING은행은 RFI 등록기관으로 한국 시장 투자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국제 금융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7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김병준 ING 트레이딩 부문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김 부문장은 외환시장 개방이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부문장은 “사실 그동안의 ‘오전 9시 개장과 오후 3시 30분 폐장’이라는 6시간 30분간의 외환시장은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불편했고,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를 할 때도 어려움과 실질적인 손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어 김 부문장은 “결과적으로 국내 외환시장보다 훨씬 더 긴 거래시간의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그동안 환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외환시장 개방은 이러한 불합리함을 개선해 국내·외 투자자들로 하여금 보다 효과적으로 주식 및 채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NDF 시장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문장은 “역외 모든 기업이 역내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NDF 시장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라며 “RFI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요를 완화하거나 흡수하느냐에 따라서 NDF 시장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외환시장 개방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액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보다 거래량이 뒤지고 있다. 김 부문장은 “외환시장이 개방된다고 해서 당장 시장 거래량 자체가 10위권으로 진입할 만큼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WGBI 편입에 성공한다면 향후 수년에 걸쳐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들어와 원화의 위상이 분명히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10위권 통화들은 모두 24시간 거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은 원화가 세계 10위권 통화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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