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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비 사막서 시험 발사 성공
고도 12㎞까지 상승 뒤 수직 착륙
스페이스X 독점 기술…판도 변화 예고
성능 개선 시행…내년 고도 70㎞ 계획
중국이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가 고비 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지난주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제공


중국이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고비 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이륙하고 있다(왼쪽 사진). 재사용 발사체는 고도 12㎞까지 상승했다가 수직으로 착륙했으며, 발사체 후미에 접고 펼 수 있는 착지용 다리를 장착했다(오른쪽 사진).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제공


#.허허벌판에 서 있던 높이 약 20m짜리 발사체가 갑자기 불꽃을 뿜으며 빠르게 상승한다. 강력한 엔진 힘에 떠밀린 모래가 발사체 주변에서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렇게 한동안 공중으로 향하던 발사체가 돌연 ‘이상한 행동’을 한다. 발사체가 꽁무니를 지상으로 향한 채 동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천천히 내려온다. 이륙하는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는 것 같다. 발사체는 착륙 직전 동체에서 펼친 막대기 4개를 지지대 삼아 땅에 사뿐히 착지한다.

이 장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 고비 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촬영됐다. 중국의 ‘재사용 발사체’가 고도 10㎞대까지 상승했다가 수직 착륙을 실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 발사에서 성공한 모습이다.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와 회수를 반복하는 로켓이다. 반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발사체는 한 번 쏘고 나면 임무 완수 뒤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는 일회용 로켓이다. 같은 로켓을 여러 번 쓰는 재사용 발사체의 물자 운송 비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우주공학계는 재사용 발사체를 인류의 우주 진출에 속도를 붙일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평가한다.

재사용 발사체는 개발이 어렵다. 지상으로 귀환할 때 비행 자세와 속도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첨단 기술이 들어가야 해서다. 지금까지 재사용 발사체를 상업화한 곳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 딱 한 군데뿐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번 시험 발사 성공으로 판도가 달라질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서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 중국이 재사용 발사체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중국의 ‘우주굴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리 4개 펼쳐 사뿐히 착륙

중국의 우주 분야 국영기업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이 만든 재사용 발사체는 지름 3.8m짜리 원통형 동체를 갖췄다. 연료로는 액체메탄을 썼다.

CASC에 따르면 지상을 떠난 재사용 발사체는 고도 12㎞까지 올라갔다. 국제선 민항기 비행 고도(약 10㎞)보다 살짝 높다.

최고 상승 고도를 찍고 난 뒤 재사용 발사체는 땅으로 하강했다. 비행 방향과 자세, 속도를 전자 장치와 엔진으로 제어하며 곤두박질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러다 고도 50m 지점에서 동체에 접혀 있던 착륙용 다리 4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 수직으로 땅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중국이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가 고도 10㎞대까지 발사됐다가 수직 착륙에 성공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발사에서 착륙까지는 총 6분이 걸렸다. CASC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발사체는 정확하게 제어되고 안정적으로 낙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사용 발사체의 착륙 모습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 재사용 발사체의 착지 모습과 매우 닮았다. 수직으로 동체를 세우고 땅에 닿는 자세, 그리고 착륙 직전 다리를 펼치는 모습까지 비슷하다. 현재 전 세계 정부기관과 기업을 통틀어 재사용 발사체를 상업화한 곳은 스페이스X 밖에 없다.

내년 고도 70㎞ 달성 계획

이번 시험 발사 성공은 지난주 ‘창어 6호’를 통해 사상 처음 달 뒷면에서 암석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가져온 중국의 성과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중국이 미국도 가 본 적 없는 달 뒷면에서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운송한 것은 물론 미국 기업 딱 한 곳만 가진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에도 다가섰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재사용 발사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고 상승 고도가 12㎞에 그쳤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운송 등에 쓰려면 적어도 고도 약 300㎞까지는 솟구쳐야 한다.

중국이 기술적인 난관이 예상되는데도 재사용 발사체 확보에 나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주 운송 비용 때문이다. 중량 1㎏ 물체를 고도 수백㎞의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면 재사용이 되지 않는 유럽의 아리안 5호로는 8900달러(1220만원), 미국 아틀라스V로는 1만3400달러(1850만원)가 필요하다.

반면 재사용 가능한 스페이스X의 팰컨9으로는 2700달러(370만원)면 충분하다. 재사용이 안 되는 발사체 대비 20~30% 가격이다.

CASC는 “내년에는 고도 70㎞까지 올라가는 재사용 발사체를 시험 발사할 예정”이라며 “재사용 발사체는 우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기본적인 계획을 밝힌 상황이어서 중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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