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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 만장일치 유죄 결정
6명은 징역 3년… 1명은 징역 5년
정신병력 등 고려해 징역 3년 선고
국민일보 DB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20~50대 배심원 8명(예비 배심원 1명 포함)이 긴장한 모습으로 피고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의를 입은 40대 남성 피고인은 두 팔로 몸을 감싸고 손을 떨고 있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최모(45)씨였다. 유학원을 운영하고, 가상자산 채굴 등을 병행하며 10여년간 국내에 체류한 인물이다. 최씨는 조현병 치료 이력도 있었다.

이날 서부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재판은 최씨에 대한 특수상해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자리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1일 밤 서울 마포구 한 골목에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차별적으로 칼부림을 해 왼손에 상해를 입힌 인물로 최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최씨는 범행 당시 CCTV에 찍힌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유령이 나타나서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국민을 대신해 법정에 선 일반인 배심원들은 최씨에게 죄가 있는지, 죄가 있다면 얼마나 중한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 제도다.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는 이를 선고에 참작한다. 취재진도 이날 평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그림자 배심원’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국민일보 DB

법정에선 사건의 흔적을 담은 증거들이 속속 제시됐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골목 인근 CCTV에는 범행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지난 1월 1일 오후 7시11분쯤 A씨의 차량 주변을 서성이던 한 인물이 A씨 차량으로 접근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 몸싸움을 했다. 이후 A씨가 왼손에 자상을 입은 채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씨가 체포된 인근 숙소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범행 직전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찍은 사진이 있었다. 범행 도구였던 과도는 최씨가 묵던 숙소에 놓여있던 점퍼 앞주머니에서 나왔다. 과도에 묻어있던 혈흔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해자의 DNA와 일치했다. A씨는 증언대에 서서 수의를 입은 피고인이 자신을 칼로 찌른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법정에서 피고인 심문이 시작되자 최씨는 CCTV에 찍힌 인물이 본인이 맞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휴대전화에 찍힌 피해자 사진에 대해선 “조직폭력배를 찍은 사진”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어 “조폭이 누군지 명단이 없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침부터 같은 자리에서 조폭 여러 명이 돌아다녔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과도 3개를 소지하고 다녔다고 한다.

국민일보 DB

배심원들은 평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최씨에게 유죄를 결정했다. 양형에 대해선 6명이 징역 3년, 1명이 징역 5년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의견을 바탕으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최씨가 초범이고 정신병력을 가졌다는 점,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 등이 함께 고려됐다.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에서 준비된 흉기로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사회 안전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회사원 정모(37)씨는 “A씨가 최씨를 범인으로 지목할 때 최씨는 웃고 있었다. 이를 두고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의 조현병보다는 피해자인 A씨 입장을 더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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