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ANC 230석→159석…라마포사 대통령 "국민들의 선택과 바람 존중해야"
라마포사 대통령의 거취가 연정 주요 변수…ANC "퇴진 불가"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요하네스버그 AFP=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IEC)에서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연설하고 있다. 2024.06.02 [email protected]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0년 단독 집권의 막을 내렸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최종 개표 결과 ANC가 전체 400석 가운데 159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30년간 7번의 총선에서 ANC가 단독 과반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켰다. 직전인 2019년 총선에서는 57.5%를 득표해 전체 400석 중 230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득표율 40.2%로 5년 전 총선보다 17%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자칫 40% 선도 무너질뻔한 '참패'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87석으로 2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58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원내 제2야당이었던 경제자유전사(EFF)는 39석에 그치며 4위로 밀려났다.

이밖에 잉카타자유당(IFP)과 애국동맹(PA)이 각각 17석, 9석을 차지하는 등 총 18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다.

과반 득표에 실패한 ANC는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회 400석을 배분하며 의회 과반의 동의로 대통령을 간선제로 선출한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각 정당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공통점을 찾아 남아공 최초의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좋든 싫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냈다"며 "우리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선택과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공 국민은 지도자들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기대한다"며 "지금은 우리 모두가 남아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ANC는 연정 구성에 필요한 최소 42석을 확보하기 위해 연정 구성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ANC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NC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앞으로 며칠 동안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 대표인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엔 선을 그었다.

그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안 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연정의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각종 부패 혐의로 2018년 당시 대통령직과 ANC에서 축출됐다. 이를 주도한 게 부통령이었던 라마포사 현 대통령이다.

라마포사 대통령
(요하네스버그 UPI=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IEC)에서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연설하고 있다. 2024.06.02 [email protected]


ANC의 과반 획득 실패는 3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사태가 겹치며 민심을 잃은 탓으로 분석된다. 라마포사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영국 BBC는 ANC의 과반 득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득표율 45% 선까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축하할 것이 없다"며 "우리가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고 정당으로서 해야 할 많은 일을 미룰 경우 우리 당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ANC가 2, 3위를 차지한 DA, MK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정책 노선도 다른 터라 남아공은 사상 첫 연정 구성을 두고 정국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DA는 백인 지지세가 강한 정당이라서 ANC 지지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 MK와 EFF는 ANC와 정책적 간극은 크지 않지만 ANC를 나온 인사들이 이끄는 당이어서 ANC에 구원이 있다.

남아공 위트워터스랜드의 시즈웨 음포푸-월시 정치학 교수는 "ANC는 트릴레마(3중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ANC가 누구와 손을 잡든 남아공 정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DA, MK, EFF의 합산 의석수는 ANC보다 많지만 친시장 성향의 DA와 주요 경제 부문의 국유화를 주장하는 MK, EFF가 연정을 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AP 통신은 전망했다.

ANC가 어느 정당과 연정에 합의하든 상당한 정책적 양보와 함께 핵심 요직을 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연정이 흔들릴 경우 라마포사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구 6천200만명 중 18세 이상 유권자 2천767만여명이 등록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2019년의 66.05%보다 낮은 58.63%를 기록했다.

남아공은 선관위의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이후 14일 안에 새 의회가 소집되고 여기서 곧바로 대통령이 선출된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961 한미일 국방회담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 합의” 랭크뉴스 2024.06.03
33960 보릿고개 넘는 게임업계… 목소리 커진 노조 리스크에 ‘긴장’ 랭크뉴스 2024.06.03
33959 [단독] 작년 상장한 큐라티스, 기술이전 로열티 비용 고의 누락 의혹 랭크뉴스 2024.06.03
33958 개원가 다수 "전공의 도와야 하지만…총파업 의미·가능성 없어" 랭크뉴스 2024.06.03
33957 좀비 상장사 어느새 100여개... 거래소 “상장폐지 쉽게 고칠 것” 랭크뉴스 2024.06.03
33956 부모-자녀 모두 부양 '마처세대' 60년대생…30% "난 고독사할것" 랭크뉴스 2024.06.03
33955 북한 “‘오물풍선’ 살포 잠정 중단…대북전단 발견 시 다시 집중 살포” 랭크뉴스 2024.06.03
33954 [단독] 병원장들 "퇴로 열어달라, 전공의 사직 수리를" 정부 "검토" 랭크뉴스 2024.06.03
33953 정부, '대북 확성기'로 옥죄자 北 '오물 풍선' 살포 "잠정 중단" 랭크뉴스 2024.06.03
33952 최저임금 놓고 다시 마주 앉는 노사…적용 확대 등 공방 예상 랭크뉴스 2024.06.03
33951 20년 전 사라진 지구당 부활?…"민생과 동떨어진 대선 전초전" 랭크뉴스 2024.06.03
33950 민주당의 설익은 종부세 개편론... 실리정치와 자중지란 ‘기로’ 랭크뉴스 2024.06.03
33949 "우린 40·50대만 뽑아요"…'베테랑 신참' 시대 열렸다 [중장년층 뽑는 기업들] 랭크뉴스 2024.06.03
33948 전공의 개별상담 연장에도 참여 저조…의협은 "총파업 회원투표" 랭크뉴스 2024.06.03
33947 로또 1등 최다 배출 번호는? 43번…평균 수령금액 21억원 랭크뉴스 2024.06.03
» »»»»» 남아공 '만델라당' 30년만에 단독과반 실패…연정 협상 개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03
33945 여성조기입학=남녀매력상승=저출생해결?···황당 대책 내놓은 국책연구기관 랭크뉴스 2024.06.03
33944 "난 아파트 가진 의사, 누나는 검사…결혼하자" 알고보니 '사기꾼' 랭크뉴스 2024.06.03
33943 이스라엘 국방 "가자지구서 하마스의 통치 대안 모색 중" 랭크뉴스 2024.06.03
33942 기상청 "강원 속초 동북동쪽 인근 바다서 규모 2.5 지진" 랭크뉴스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