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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풍선 탓 시민들 재산손실 잇따라
지자체도 방안 없어... "개인 보험 처리" 
北 상대 소송 가능하지만 받긴 불가능
2일 오전 10시 22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금이야 치우면 되는 쓰레기지만 만약 위험 물질이 떨어지면 어쩌죠? 그냥 운이 나쁘다 생각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나요?"


2일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28)씨는 전날 집 근처에 북한발 오물풍선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풍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데, 혹시나 위험 물질이 나와 피해를 보거나 사람이 맞아 다치기라도 하면 배상을 받기가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에 배상을 해달라고 해야 되는거냐"고 토로했다.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이 연일 도심에서 발견되면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부서지는 손해를 입어도 마땅히 배상을 받기 어려운 탓이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인명·재산 손해 관련 규정이 없고, 개인이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봐야 실효성이 없다.

이날 각 지자체가 종합한 피해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 오물풍선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중이다. 일단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도 돈이 들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차 차량 위에 쓰레기가 떨어져 차량 앞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실제 피해 사례도 접수됐다. 1일 오후 9시부터 2일 오전 5시까지 경찰이 집계한 오물풍선 관련 112 신고는 514건인데, 풍선 낙하가 계속되면 재산 손실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풍선에 달린 낙하물의 무게가 5㎏이 넘어, 사람이 맞으면 크게 다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국외대 교수연구동 맞은 편 카페에서 근무하는 안모(22)씨는 "접경지역에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서울 한복판에 북한 풍선이 떨어진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물이 발견된 곳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사는 A(77)씨는 "매일 아침 운동하러 다니는 길"이라며 "또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1일 오후 9시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캠퍼스에 북한의 오물풍선이 떨어져 쓰레기가 흩어져있다. 독자 제공


문제는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해도 보상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각 지자체는 법령상 보상 관련 제도나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국가에서 관련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라며 "개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해결해야 하고 지자체에선 보상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위험물이 있을 수 있으니 직접 조치하지 말고 다산콜센터나 경찰로 연락해 처리하라는 안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불법행위'의 주체인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실제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긴 사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8월 제2연평해전 유족 등 8명이 북한을 상대로 고통을 당했다며 낸 소송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인당 2,000만 원과 2002년 6월 29일부터 연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2021년에도 납북된 피해자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배상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국내에서 북한의 자산을 찾기 힘든데다, 북한 정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한국 언론사들의 저작권료를 걷어 관리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재산을 추심하는 시도가 가능하지만, 아직 집행된 적은 없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정부가 선보상을 하고 북한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적다"고 답했다.

북한이 이번 오물풍선처럼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도발에 따른 인명·재산 손실의 배·보상 문제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재난정보학회장을 맡았던 김태환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현재는 오물풍선이 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에 포함되지 않아 보상이 불가하다"며 "재난관리기금을 쓸 수 있는 방안, 민방위 조직 강화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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