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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前 일본 총리 본지 인터뷰
한일 협력하면 미중도 무시 못해
한미일이 中 맞설때보다 이득 커
한일중회의선 '협력 문서화' 필수
한일 관계 안정 이어가는것 중요
尹 외교·역사 분리 결단 큰 역할
기시다도 상응하는 노력 보여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사진 제공=동아시아공동체연구소

[서울경제]

“현재 한일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한일 양국이 연대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제어하고 완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일중 정상회의가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이 연대하면 미국과 중국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9년 제93대 일본 총리에 취임한 그는 54년 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한미일의 대중국 포위망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해 세 나라가 공통으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문서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특히 한일 양국이 무엇을 위해 연대를 추진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한미일이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길”이라며 “이 경우 한일 연대는 대미 협력의 수단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길은 한일 양국이 연대해 미국과 중국 양측에 미중 대립 완화를 촉구하는 길”이라며 “한일 양국이 제2의 길, 즉 한일 연대를 통해 미중 대립을 제어하는 길로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실제로 한일 양국은 미국이나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며 “왜냐하면 우리에게 중국은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이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체제나 이념의 차이를 이유로 한일 양국이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에 휘말리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어디까지가 경제안보이고 어디서부터가 미국을 위한 산업정책인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며 “한일 양국은 미중 사이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은 각각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동맹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최대한 연대하고 이를 통해 증폭된 영향력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양국에 주문해야 합니다.”

모처럼 찾아온 한일 관계의 안정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개선된 데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늘의 한일 관계 개선은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 문제와 양국 외교 관계를 분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표면적인 안정을 되찾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양국 정부는 역사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타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때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일본 정부”라고 분명히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안정화라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반면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보수파를 두려워하며 윤 대통령에게만 의존하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자긍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공식 입장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 간 협정이 있어도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국제법적으로도 표준적”이라며 “입장 변경이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기시다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명확한 형태로 사죄를 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된다면 한일 연대의 기회는 10년 단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을 때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선생님이 돼달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제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때 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선생님은 역사적 사실 그 자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일본으로서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상처를 준 쪽은 상처를 받은 쪽이 더 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때까지 사과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 할 무한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기시다 총리가 그 점을 이해할 때 한일 관계는 미래를 향해 크게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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