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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와 관련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민주노총, 진보연대 회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역사, 영토, 기업까지 강탈하는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최기영 | 서울대 명예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18년 관세부과로 표면화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갈등이 기술 패권 전쟁으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며 엉뚱하게도 소재, 부품, 장비 수출규제를 들고 나왔다. 미국이 안보를 문제로 화웨이, 지티이(GTE)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일본도 안보를 핑계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려고 한 것이다. 소재, 부품, 장비는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데 우리나라가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어서 아킬레스의 건이라 생각하고 공격했을 것이다.

2022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칩과 과학법’은 미국 정부가 큰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인텔과 같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의 티에스엠씨(TSMC)나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하여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꾀하면서 동시에 중국에 대한 투자는 금지하는 일거양득의 조치를 취했다. 첨단 반도체는 패권 유지에 꼭 필요한데 중국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어서 중국으로서는 아킬레스의 건인 셈이다. 그러자 일본도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대만의 티에스엠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역시 일본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미국이 취한 방법을 따라서 하는 듯하다.

올해 들어 미국은 자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 메신저 서비스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틱톡 모기업)의 미국 사업권에 대한 강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일본 또한 80%가 넘는 일본 국민이 이용하고 있는 라인 메신저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우리나라 기업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종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를 서비스하는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에이(A)홀딩스 지분을 50% 갖고 있다.

일본은 왜 이같이 계속해서 우리나라 첨단 산업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을까? 미국은 주요 2개국(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이름을 딴 ‘투키디데스의 함정’(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사이의 패권 교체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인 충돌을 수반한다는 이론)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그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것을 그대로 한일 관계에 적용한다면 일본은 자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견제하려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일본은 왜 미국을 따라 하는 걸까? 하다 보니 우연히 행동이 같아져 마치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했으니 안심하고 따라 했을 수도 있겠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행동을 하는 일본을 비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우방을 표방하면서 일본에 역대급의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도 일본은 일관되게 우리나라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일본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서 우리의 이익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 국민으로서는 정말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미국을 따라서 하는 것에 그쳤지만 우리나라가 계속 저자세로 나간다면 일본은 안심하고 미국 따라 하기를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국익을 제대로 챙기는, 아니 적어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 외교를 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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