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댐 건설에 잠겼던 300년 전 도시 '올드 판타방안'
극심한 폭염에…"이렇게 오래 드러난 적은 처음"
50여 년 전 댐 건설로 수몰됐다 최근 폭염으로 모습이 드러난 필리핀 누에바 에시하주 '올드 판타방안'의 교회 잔해 앞에서 지난달 26일 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누에바 에시하=AFP 연합뉴스


반세기 전 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필리핀 옛 도시가 극심한 폭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8세기 흔적을 간직한 고적을 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130㎞ 떨어진 누에바 에시하 지역 다목적댐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몰됐던 구시가지 ‘올드 판타방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18세기 형성된 이 도시는 1970년 근처 강에 댐이 건설되면서 54년간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저수지 수위가 50m 넘게 낮아지고 일부 지점은 물이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300년 된 교회, 묘지, 옛 시청 청사 일부 등도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한 관광객이 지난달 26일 50여 년 전 댐 건설로 수몰됐다 최근 폭염으로 모습이 드러난 필리핀 누에바 에시하주의 '올드 판타방안'의 건물 잔해 앞을 지나고 있다. 누에바 에시하=AFP 연합뉴스


지난 1983년과 2020년 등 심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 구조물 일부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마을 잔해가 광범위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말론 팔라딘 필리핀 국립관개청 감독관은
“저수지가 생긴 이후 6차례 정도 (유적)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드러난
것은 처음”
이라고 말했다.

최근 필리핀 대부분 지역 기온은 섭씨 40도가 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습도를 감안한 체감온도가 50도까지 치솟았다. 올드 판타방안이 위치한 무뇨스 마을도 지난달 체감온도가 47도까지 올랐다. 찌는 듯한 더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도시까지 수면 위로 끄집어낸 셈이다.

50여 년 전 댐 건설로 수몰됐다 최근 폭염으로 모습이 드러난 필리핀 누에바 에시하주 저수지 전경. 가뭄으로 댐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300년 된 마을 '올드 판타방안'이 드러났다. 누에바 에시하=로이터 연합뉴스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진 현지 주민들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올드 판타방안에 거주하다 10대 때 댐 건설로 강제 이주해야 했던 멜라니 델라 크루즈(68)
는 AFP통신에 “이 마을에서 태어나 공부했다”며 “옛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 일부 주민은 도시가 다시 물에 잠길 것을 대비하며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마을 전경을 촬영하기도 했다.

뜻밖에 드러난 과거의 흔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관광객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저수지 물이 말라 생업 유지가 어려워진 농민과 어민들은 관광객을 마을로 안내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부 넬슨 델레라는 “낚시로 하루 200페소(약 4,700원)밖에 벌지 못했는데, 관광객이 하루 수십 명씩 몰리면서 하루 1,500~1,800페소(약 3만5,000원~4만2,000원)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953 LA경찰, 한인 사망사건 보디캠 영상 공개 랭크뉴스 2024.05.17
39952 의대교수협 "대학들, 법원 최종 결정까지 의대입시 발표 멈춰야" 랭크뉴스 2024.05.17
39951 정부, '해외 직구 규제' 반발에 "성인용 피규어 대상 아니야" 랭크뉴스 2024.05.17
39950 [속보]한미 외교장관 통화…방중 결과 美에 공유 랭크뉴스 2024.05.17
39949 정청래 "당원주인 정당 멀어"…우원식 "아주 부적절한 갈라치기"(종합) 랭크뉴스 2024.05.17
39948 푸틴 "하나만 먹으려했는데 그만…베이징덕 매우 맛있었다" 랭크뉴스 2024.05.17
39947 [단독] “유명가수 함께 있었다”…거물급 변호사 선임, 공연 강행 랭크뉴스 2024.05.17
39946 문재인 전 대통령 “이념 사로잡힌 편중외교 통탄할 일”…‘혼밥 논란’ 반박도 랭크뉴스 2024.05.17
39945 이종섭 ‘박 대령 항명 사건’ 증인 채택···‘키맨’ 유재은, 사실상 증언 거부 랭크뉴스 2024.05.17
39944 文 회고록 “김정은, 내 딸 세대까지 핵과 살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랭크뉴스 2024.05.17
39943 외교부 2차관, 일본 총괄공사에 “한국 기업 차별 안돼” 라인 사태 입장 전달 랭크뉴스 2024.05.17
39942 ‘동거녀와 해외 출장 6번’…조용돈 가스기술공사 사장 해임 랭크뉴스 2024.05.17
39941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추모 물결···“여성혐오 근절, 그 쉬운 게 아직도 어렵다” 랭크뉴스 2024.05.17
39940 "결제만 한 줄 알았는데‥" 공정위, '눈속임 동의' 쿠팡 조사 랭크뉴스 2024.05.17
39939 푸틴 “시진핑과 ‘올림픽 휴전’ 논의···하르키우 점령 계획은 없어” 랭크뉴스 2024.05.17
39938 ‘강남역 살인사건’ 8년 만에 또…“더는 누구도 잃을 수 없다” 랭크뉴스 2024.05.17
39937 연이은 ‘차량 돌진’에 보행자 날벼락…비상제동장치 지원해야 랭크뉴스 2024.05.17
39936 김정숙 여사 단골 의상실 자녀 출국정지…文 전 사위 특혜채용 인사도 소환 랭크뉴스 2024.05.17
39935 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전주’ 방조 혐의 추가 랭크뉴스 2024.05.17
39934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 5·18 전야제 현장 랭크뉴스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