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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군 경력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라며 승진심사 시 군 경력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권고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봉에서 군 복무기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 경력에 따라 승진 시기에도 차이가 발생하면 임금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자가 20여 개 금융권 공공기관 및 기업을 조사한 결과 한국투자공사, 한국수출입은행(수은),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예보),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등 5곳이 승진 심사에서 군 경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공사 승진소요 최저년수. 한국투자공사 인사세칙


한국투자공사는 5급 승진 시 군경력을 포함해 하위직급 최저 체류 연수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6급B 사원이 5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최소 6년을 근무해야 한다면, 군필자는 복무 기간 약 2년을 인정받아 4년만 근무해도 5급이 된다. 미필자보다 승진 기간 2년이 단축되는 셈이다. 예보는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갈 때 군 경력을 인정한다. 수은과 한은, 무보는 최대 3년 범위에서 군 경력을 반영한다.

2021년 기재부는 공공기관에 “군 복무 기간이 승진 최저 소요 연수 등에 포함되면 과도한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정을 정비해 달라고 권고했다.

기재부는 군 경력이 임금과 승진에 이중 반영되는 것이 ‘중복 혜택’이라고 봤다. 군 경력을 호봉에 반영해 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제대군인지원법에 따라 합법이다. 단, 승진심사에도 군 경력을 반영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군 경력이 임금에 더해 직급에도 영향을 미치면 군필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라고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군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정도의 호봉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로 볼 수 있으나, 여기에 추가해 군 복무 기간만큼 승진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는 차별”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6월 발간한 ‘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 질의회시집’의 일부.


군 경력 여부에 따른 직급 격차가 또 다른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호봉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는데, 직급에 따라 기본급 등이 달라지면 임금이 다시 한번 벌어지기 때문이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군 경력이 없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승진은 단순히 직급에 그치지 않고 임금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임금 격차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호봉으로 산정되는 임금은 바로 임금에 미치는 영향인 반면, 승진의 경우 우회적으로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은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규정을 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수은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얘기는 나오지만 큰 이슈로 부상하지는 않았다”며 “시정 의견이 분명히 있지만 일단은 (이전 규정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내부 공론화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 내규 개정을 추진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자는 “차별 소지가 있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는데, 그 합리적 이유에 대해 경영 목적상 불가피성이 객관적으로 인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 등 몇몇 기관은 기재부 권고에 따라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처럼 내부에서 고용청에 신고해 시정명령에 따라 내규를 수정한 경우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권고 수준이었지 강제를 한 건 아니다”라며 “승진 심사에 군 경력을 반영하는 것이 남아있는 기관에 대해서 검토 해보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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