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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일본광고 해설·캠핑장비 리뷰 등
좋아하는 콘텐츠 제작·공유 ‘희열’
채널 성격 명확히…지속성도 중요
유튜브 채널 ‘각자의 캠핑’ 운영자인 김선국씨가 캠핑 장비 리뷰 영상을 찍고 있다. 김선국 제공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매년 조사하는 학생 희망직업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는 2018년 처음으로 5위에 올랐다. 그 뒤 꾸준히 3~5위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순위를 보면 초등학생은 4위였지만 중학생은 20위였다. 초등학생 때 유튜버를 꿈꾸던 꼬마들이 중학생쯤 되면 현실을 깨닫는지 선호도가 확 떨어진다는 점이 재밌다. 흔히들 놀면서 돈 버는 게 유튜버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했다. 그래서 유튜버 3명을 만났다. 모두 전업으로 하는 이들은 아니다. 회사 여자 후배인 ㄱ씨는 200명대에서 구독자가 늘지 않아 채널을 일단 접었다. 옆 부서 동료 최종수씨는 ‘에이매거진’(a:magazine)이라는 채널이 구독자 4만명대에 들어서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다. 내 오랜 친구인 김선국씨는 구독자 4500명인 ‘각자의 캠핑’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해야 할 유튜버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주변에 꽤 많았다.

쉽게 꾸준히 올릴 수 있어야

ㄱ씨는 유튜브를 시작한 목적이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솔직했다. 본인 스스로 끼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집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고 싶어 브이로그 형태로 시작했다. 밥 먹는 것도 찍고, 취업 이야기도 하고, 물건 리뷰도 했다. 일단 주변 친구들과 엄마의 친구들에게 홍보하며 입소문이 나길 기대했다. 그러나 구독자는 늘지 않았고, 콘텐츠 찍고 편집하는 데 편당 30시간 정도가 걸리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잠정 폐쇄. ㄱ씨는 채널의 성격을 정하지 않고 이것저것 뒤죽박죽 콘텐츠를 만든 게 패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매번 뭘 찍어야 할지 고민하다 고육책으로 올린 콘텐츠가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올여름에 명확한 성격을 가진 새로운 채널을 열 계획이다.

‘에이매거진’ 유튜브 채널 화면. 허진웅 제공

최종수씨는 유튜브 이전에 블로그를 운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광고들을 리뷰하는 글을 썼는데, 영상물인 광고를 모아두기에 안성맞춤인 유튜브로 자리를 옮겼다. 한달에 한번 그달에 나온 일본 광고를 모아서 번역하는 아카이브 형태의 콘텐츠를 주로 올렸고, 가끔은 좋아하는 일본 음악·모델 이야기를 올린다.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인 뒤에는 본인이 직접 출연해 잘 만들어진 일본 광고 ‘베스트 5’를 소개하는 코멘터리 등도 올렸다. 채널 전체가 ‘일본 광고’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이다 보니 검색을 통한 유입이 많았다. 월 단위로 채널에 올려야 할 영상이 정해져 있으니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창작의 고통도 없는 편이었다. 5년간 꾸준히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구독자 1만명이 넘어설 즈음부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정책적으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활용한 콘텐츠에는 조회 수 수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를 소개해달라는 의뢰와 협찬이 들어왔고 다른 광고 관련 콘텐츠에 출연하는 등 유튜버로서의 활동이 늘어났다. 한달 수익은 적어도 150만원 정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부수입까지 생기니 아주 만족하며 구독자들과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최씨의 중요한 채널 전략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나아가 ‘쉽게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소재를 콘텐츠화’했다는 것이다. 일본 광고는 계속 생산되기에 이를 모으고 번역만 하는 정도의 수고면 콘텐츠를 업로드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보다 공을 많이 들여야 하거나 매번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였다면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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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클지라도

성공과 실패의 중요한 지점이 채널의 성격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근본적으로 유튜버라는 게 과연 재미있고 할 만한 것이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각자의 캠핑’을 운영하는 김선국씨는 회사원이다. 물론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지만 캠핑 장비 리뷰 유튜버로서 ‘실버버튼’(구독자 10만 이상)을 받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2024년 4월 기준 4500명대 구독자에 따른 한달 조회 수 수익은 15만원 정도. 결과적으론 마이너스다. 캠핑 장비를 리뷰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장비 구입비가 채널 수익을 아득히 초과하기 때문이다. 비교 리뷰를 하려면 관련 제품을 모두 사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의 구박을 견디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고. 그럼에도 본인은 “장비 리뷰 유튜버로서 응당 그래야 한다”며 의지가 꿋꿋하다. 자신이 좋아하고 깊이 알고 있는 캠핑 정보를 나누고 반응도 좋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캠핑 때문에 차를 에스유브이(SUV)로 바꾼 데 이어 촬영 공간이 필요해서 테라스가 넓은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아직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

이 정도를 듣고 채널을 봤더니 그의 모습은 내가 알던 친구보다 훨씬 더 멋지고 전문가다웠다. 장비를 꼼꼼히 써본 뒤 원고를 쓴다. 촬영할 땐 사람들이 웃을 만한 포인트 유머도 꼭 넣는다. 그다음은 고난의 편집 과정. 한편을 제작하는데 약 3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버들이 괜히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을 외치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로 노력했는데 사람들이 반응해주지 않으면 얼마나 허탈할까 싶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했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매우 재미있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예전과 달리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욕심나는 분들은 지금 당장 시작해보시고, 엄두가 안 나는 분들은 조용히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을 누르며 이들의 노력을 즐겨보자.

허진웅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낚시든, 악기든, 오토바이든, 세차든, ‘너 좋아하는 게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무언가 한가지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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