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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인 최초 분석
문화재청 멸실신고서, 표준화 양식 없어 내용 편차 커

편집자주

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위기의 도심동물들] <9> 산양 2편


지난달 4일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서 산양 사체가 발견됐다. 이 산양은 탈진해 죽은 채 도로 밑으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위기의 도심동물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지난 5년간 사망한 산양
10마리 중 6마리는 탈진해 굶어 죽은 것
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일원으로 이 기간 사망한 산양의 80% 가까이가 죽은
강원 화천군과 양구군
의 경우, 아사 비율이 77.4%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본보는 2019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문화재청에 접수된 멸실(사망)신고서 549건
을 입수해 시민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과 전수 분석했다.
산양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
이다.

어리거나 나이 든 수컷 사망 비율 높아

산양 사망 원인. 박구원 기자


사망 원인 분석 결과 산양의
60%가 탈진 등으로 인해 아사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기록(23.5%)과 추정불가(4%) 등 발견 당시 사체의 부패가 심하거나 사체가 남아있지 않아 사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비율이 27.5%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아사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공산이 있다.

부상(4.7%)과 감염(1.3%)도 산양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외에 들개 등 다른 동물에 의한 공격(0.9%), 그물망 등으로 인한 질식사(0.7%)를 비롯해 추락사, 익사, 올무에 걸림 등도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도로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산양이 박스 내 구겨진 채 수거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2차 울타리, 농가가 친 울타리가 몰려있는
화천군과 양구군
의 경우 전체 산양 사망의 76.3%(본보 3월 7일 보도)를 차지하는데, 탈진으로 인한 아사 비율은 77.4%에 달했다. 산양이 울타리에 가로막혀 먹이를 구하지 못한 채 고립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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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0615230005712)
산양의 사망 원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박구원 기자


구조 당시 사망 여부를 보면 79.2%는 이미 죽은 채 발견됐고, 나머지는 이송 중 또는 관리 중 죽었다. 연령별로는
아성체(0~2세)와 노령(8세 이상)의 사망 비율
이 각각 19.7%, 31.1%로 성체(3~7세)의 12.9%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수컷(34.6%)
이 암컷(20.9%)보다 많았다. 연령과 성별 미기록 비율도 각각 36.2%, 44.4%로 높았다.
조재운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장
은 "어리거나 나이 든 수컷이 종내 영역 경쟁에서 밀려났고, 이 과정에서 폭설과 비가 반복되며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사망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멸실신고 작성기관, 작성자에 따라 내용 편차 커

엄마를 잃고 탈진해 죽은 아기 산양. 문화재청 제공


이 같은 결과는 본보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 문화재청의 산양 멸실신고 서류를 분석해 얻은 것이지만 결과를
분석하는 데는 한계
가 있었다. 문화재청은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 강원대 부설 야생동물구조센터,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로부터
수기로 된 멸실신고서를 취합
만 해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멸실신고서가 사고 시점과 내용, 경위, 조치 내용으로만 구분돼 있어
작성 기관이나 작성자에 따라 내용 편차가 컸다
는 데 있다.

예컨대 한 기관은 생존 당시 상황이나 조치 내용만 기록돼 있고 정작 사망 원인은 적지 않았다. 또 다른 기관은 아사와 자연사를 혼동해 쓰고 있었다. 이 때문에 본보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해당 기관에
추가 문의를 통해 가장 유사한 카테고리로 재분류
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 당시 산양 상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박구원 기자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멸실신고 작성 방식을 표준화하고 전산화해 산양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활용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겨울 발생한 산양의 집단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정보가 필수적이므로 이를 충실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원인 규명 없는 용역, 정책은 무의미"

지난달 30일 설악산 국립공원 미시령 옛길 부근에서 발견된 산양 사체. 다른 동물들이 이미 사체를 먹어 얼굴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올겨울에만
산양 약 750마리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
됐다. 특히 ASF 울타리가 집단 사망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환경부는
ASF 차단 울타리 일부를 개방하는 시범사업
을 내년 5월까지 진행키로 했다. 최근 ASF가 발생한 지역이나 양돈농가와 떨어져 있는 지역 등에서 울타리 철망을 4m 정도 제거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는 설악산 계곡에 웅크리고 있는 산양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해 치료했지만 끝내 숨졌다. 문화재청 제공


하지만 이 같은 모니터링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산양이 사망하거나 구조된 위치, 원인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가운데 정책이 수립되고 있어서다. 또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환경부
와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정보 교류는 물론 환경부 산하 기관 내에서도 취합된 정보조차 없는 것
으로 알려졌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
은 "원인 규명은 공식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이 우선인데 정부는 이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산양의 출현, 사망, 구조의 위치 및 배설물 흔적 등에 기반하지 않은 용역 연구나 대책은 무의미하다"며 "ASF 차단 울타리 철거 등 산양과 서식지 보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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