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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묘미 중 하나로 산 정상에서 먹는 따끈한 컵라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컵라면 때문에 최근 한라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먹고 남긴 처치 곤란한 '라면 국물'이 문제라고 합니다. 탐방객들이 화장실이나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는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 한라산 정상에서 남긴 라면 국물…미생물도 '너무 짜서' 죽어버려

한라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올리는 백록담·윗세오름 인증 사진들을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컵라면'입니다.

해발 1,950m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등반 후 먹는 라면은 그 어디에서 먹었던 라면보다도 꿀맛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산 정상에서 버너 등을 이용한 취사 행위는 불법이지만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와 컵라면에 부어 먹는 건 위법한 행위는 아닙니다.

이 때문에 한라산 탐방객들이 해발 1,740m 윗세오름 대피소 등지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너도나도 보온병을 꺼내고 컵라면 봉지를 뜯어 '후루룩' 들이키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라산에서 라면을 먹는 사람이 늘면서 남은 라면 국물 등 음식물쓰레기 양도 증가했다는 겁니다.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제공: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에는 60ℓ들이 물통과 함께 국물만 걸러낼 소쿠리를 비치해 탐방객들이 이곳에 라면을 먹은 뒤 남으면 따로 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려진 라면 국물과 건더기를 음식물 처리기에 넣으면 미생물이 포함된 톱밥과 섞여 분해되고 이렇게 분해된 부산물은 모노레일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이 같은 대용량 음식물 처리기 2대를 구비해 놓았는데 최근 이런 장비로도 라면 국물 처리가 곤란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라면 국물이 수분이 많은 데다 염분도 높아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하는 미생물이 죽어버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 "탐방객 많을 땐 라면 국물 120ℓ 발생"…무단 투기 과태료 20만 원

특히 꽃이 피는 봄철 성수기에 탐방객들이 몰릴 땐 컵라면을 먹는 사람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하루에만 라면 국물이 100~120ℓ가량 모이기도 한다"는 게 하성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공원보호과장의 말입니다.

하성현 과장은 "음식물 처리기 용량이 400~500ℓ에 달하지만, 라면 국물에 염분이 너무 많아 종종 작동이 잘 안 돼 직원들이 기계를 열어 굳은 톱밥을 꺼내기도 하는 등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은 뒤 무심결에 땅에 라면 국물을 그냥 부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공원법상 과태료 20만 원이 부과되는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제공: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 "라면 국물, 한라산 물·토양에 치명적…생태계 위협도"

탐방객들이 화장실이나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자 결국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는 웃픈(?)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입니다.

현수막은 물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들이 착용한 어깨띠에도 "라면 국물을 남기지 말자"는 절절한 호소가 새겨져 있습니다.

'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방법으로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가 제시한 것은 '수프 반, 물 반 넣기' 입니다.

컵라면 1개에 들어 있는 수프를 다 넣으면 그만큼 물을 많이 부어 넣어야 하기에 애초에 다 마시지 못할 양의 라면 국물이 생기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청정 환경을 보전하고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성현 과장은 "염분이 많은 라면 국물을 한라산에 그냥 버리면 계곡 물줄기를 따라 흘러내려 가며 오염돼 깨끗한 물속에서만 사는 날도래, 수채(잠자리 애벌레)와 같은 수서곤충과 제주도롱뇽 등에 위협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라면 국물을 그냥 땅으로 버리는 행위는 토양으로 스며들면서 오염돼 한라산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의 멸종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며 "까마귀나 오소리, 족제비 등이 라면 등 음식물 냄새를 맡고 윗세오름 대피소로 접근해,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며 생태계 교란도 초래할 수 있다"며 탐방객들의 인식 전환을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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