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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혼란시 회의 종료’ 등 규정 신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김유진 위원쪽을 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위원장 권한을 강화해 심의위원 발언 시간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선임된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야권 위원의 발언을 가로막는 등 일방적 회의 진행으로 합의제 기구의 취지를 무색케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 규칙 개정은 “현재의 ‘파행 운영’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방심위 안팎에서 나온다.

27일 방심위 전략기획팀이 지난 25일 각 부서에 전달한 ‘규칙 개정안 추가 사항에 대한 의견요청’ 제목의 문서를 보면, ‘방심위 기본 규칙’과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추가되는 핵심 내용은 방심위원장과 각 소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한 위원의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힌 위원에 대해 경고·제지하거나 그 정도가 심할 경우 회의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위원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모욕·발언 방해·폭력 행사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방심위가 내세운 개정 이유는 “효율적이고 원활한 회의 진행”이지만 ‘류희림 방심위’의 폭압적인 운영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수 위원의 항의 발언을 회의 진행 방해로 규정하고 통제하는 행태를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방심위에서는 단 한번도 이런 문제 때문에 규칙 개정을 논의한 적이 없는데, 왜 이 시기에 이런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류희림 방심위는 지난 1월 회의 방해와 욕설 등을 명분으로 야권 김유진·옥시찬 위원에 대한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이후 김유진 위원이 해촉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복귀했으나 일방적으로 소위원회를 배정하여 야권 위원들로부터 “정상적인 심의 활동을 방해 받고 있다”는 반발을 샀다. 지난 11일과 25일 전체회의에서는 김유진·윤성옥 위원이 이에 항의하자 여권 위원들은 퇴장하고 류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회의 종료를 선포했다.

전직 방심위원인 김재영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한겨레에 “심의위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적 지위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방심위 의사결정의 핵심”이라며 “과거에는 위원 발언을 제한하는 규칙 개정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현재 방심위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일들을 정당화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방심위 존립 취지를 배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도 이날 성명에서 "류 위원장은 방심위 규칙을 바꿔 (의견이) 다른 위원들에 대한 ‘입틀막’ 조치를 제도화하려 한다"며 "이는 심의위원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제한하고 편향된 일부 의견이 방심위 전체의견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논란이 일자 “발언의 형평성과 충분한 논의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를 통해 합의제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위원간 발언시간 분배 규정은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3조5항)에서, 회의 질서 유지 관련 규정은 ‘국회법’(145, 146, 147조)을 참조한 것으로 그간 미비했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다음달 2일까지 내부 의견을 수렴해 규칙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심위 규칙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친 뒤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나 위원장 단독으로 발의해 심의·의결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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