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묘, ‘대파 무덤’ [유레카]

랭크뉴스 2024.03.27 16:08 조회 수 : 0


‘파묘’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무덤을 다른 곳으로 이장하기 위해 이뤄지는데, 봉분을 걷어내고 매장된 유골을 수습한 뒤 비석 등 석물까지 폐기하게 된다. 과거에는 풍수지리를 고려해 묫자리를 더 좋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파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에는 묘가 자리한 산이 개발돼 부득이하게 옮겨야 하거나, 묘를 더는 관리하기 힘들어 화장하려 할 때 파묘를 한다. 조상이 잠든 자리를 파헤치는 행위인 까닭에 그 절차 또한 까다롭다. 잘못된 파묘로 인해 ‘동티난다’거나 ‘묫바람난다’는 속설이 생긴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장이 목적이 아닌 유일한 파묘 사유는 ‘부관참시’였다. 부관참시는 파묘 후 시신의 목을 잘라 거리에 효수하는 극형이다. 세조가 왕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운 한명회가 연산군 10년 갑자사화에 연루돼 부관참시를 당한 것이 유명한 사례다.

최근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 사상 최초로 1천만 관객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신선한 소재,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력, 숨겨진 항일코드 등이 화제몰이를 한 것이 1천만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파와 고양이를 함께 찍어 올리는 ‘파묘 밈’이 에스엔에스를 타고 퍼져나갔고, ‘파묘든다’(파묘+스며든다)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4·10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파묘’는 또 다른 의미로도 회자하고 있다. 파묘를 ‘파(대파)+묘(무덤)’로 해석하는 누리꾼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를 집어 들고는 “875원이면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사실을 꼬집는 것이다. 대파 1㎏ 평균 가격이 3천~4천원이 넘는데다, 800원대면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헐값인 탓에 ‘합리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여기에 한 여당 총선 후보가 “875원은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으며 민심은 더욱 악화했다. 대파 더미에 깔린 여당(후보)의 모습을 담은 만평이 공유되고, ‘대파 총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봄의 초입인 3월, 서민들은 영화 ‘파묘’ 덕분에 행복했다. 봄이 본격화하는 4월, 총선의 향방은 결국 ‘파묘’(대파 무덤)가 될 것인가.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67 텔레그램 ‘프리미엄 멤버십’이 무료라고?… “개인정보 유출 조심하세요” 랭크뉴스 2024.03.27
566 서울 시내버스 멈춰서나…노사, 내일 파업 앞두고 막판 협상 랭크뉴스 2024.03.27
565 대통령실 “자본시장 글로벌 경쟁력 갖추도록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할 것” 랭크뉴스 2024.03.27
564 민주당, ‘비동의 강간죄’ 공약집 넣었다가 철회, 왜? 랭크뉴스 2024.03.27
563 “아무래도 수상하다” 美전문가, 오타니에 의혹 제기 랭크뉴스 2024.03.27
562 조국 "검찰, 기소청으로 전환시키겠다"… '이선균 방지법'도 약속 랭크뉴스 2024.03.27
561 베트남, 월드컵 예선 참패 2시간 만에 트루시에 감독 경질 랭크뉴스 2024.03.27
560 의사협회 총파업 언급에 정부 "법 위에 서겠다는 것" 랭크뉴스 2024.03.27
» »»»»» 파묘, ‘대파 무덤’ [유레카] 랭크뉴스 2024.03.27
558 ‘라임 사태’ 몸통 김영홍 행방 묘연 장기화…피해자 “수사 수년째 진전없다” 분통 랭크뉴스 2024.03.27
557 尹, 김치찌개 직접 끓였다…명동성당서 세번째 '급식 봉사' 랭크뉴스 2024.03.27
556 현대차 68조·LG 100조 국내 투자 보따리…"미래 경쟁력 강화" 랭크뉴스 2024.03.27
555 의협 "尹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 만나 결자해지해야" 랭크뉴스 2024.03.27
554 의협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 만나 '결자해지' 타개해달라" 랭크뉴스 2024.03.27
553 '핸드폰 보다 모녀 들이받아 사망사고' 버스 기사 재판행 랭크뉴스 2024.03.27
552 '부담금 빠진' 영화값 500원 싸진다…항공·전기료도 인하 랭크뉴스 2024.03.27
551 항공요금, 영화표에 붙었던 부담금 줄거나 사라진다…22년만에 부담금 전면정비 랭크뉴스 2024.03.27
550 尹대통령 "중소기업에 42조 공급…규제 263건 한시적 적용유예" 랭크뉴스 2024.03.27
549 김은혜와 초접전 김병욱 상의 탈의 사진 공개... "재미 주려고" 랭크뉴스 2024.03.27
548 ‘산 김대중’은 ‘죽은 박정희’를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했을까 랭크뉴스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