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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시크릿 포트’ 수술 활용
피부 절개 없이 질벽 통해 기구 삽입
통증 감소·회복 기간 단축에도 효과
추성필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운데)가 자궁외임신 환자에게 흉터를 최소화하는 시크릿 포트 수술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계속되는 아랫배 통증에 시달리던 A씨(33)는 예정된 날이 지나도 월경이 없고 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은 더욱 심해지자 집 근처 산부인과 의원을 찾았다. 자궁외임신이 의심된다며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받았지만 처음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가 두려웠다. A씨는 20대 초반 개복 수술을 받은 뒤 복부 전체에 심한 켈로이드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바늘이 스치거나 귀걸이만 해도 흉터가 생기는 체질 때문에 흉터에 대한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겪으며 지내왔다. 그런 그는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적인 부담이 컸다.

고민 끝에 결국 인하대병원을 찾은 A씨는 검사를 통해 나팔관이 파열돼 복강 내 출혈까지 동반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추성필 산부인과 교수는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추 교수는 A씨의 흉터 체질을 고려해 일반적 절개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이 아닌 ‘무흉터 수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크릿 포트’ 수술이라고도 흔히 부르는 ‘질경유 내시경 수술(vNOTES·브이노츠)’ 방식이었다. 이 수술법은 흉터가 외부로 보이지 않고 비밀처럼 숨겨져 있다는 의미로 이런 별칭이 붙었다.

시크릿 포트 수술은 기존의 질경유 내시경 수술에서 단일공 복강경 방식을 기반으로 더 발전한 최신 수술법이다. 배꼽이나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질벽을 통해 수술 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피부 절개가 없어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도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피부의 신경 분포에 비해 질벽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적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훨씬 덜하다. A씨 역시 수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자궁외임신은 수정란이 자궁 내막이 아닌 나팔관 등 자궁 외부에 착상되는 상태로, 파열이 발생할 경우 복강 내 대량 출혈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A씨처럼 기존에 복부 수술을 한 이력이 있다면 수술 부위에 유착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복강경처럼 배꼽을 통해 접근하는 수술은 어려울 수 있다. A씨는 과거 복부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적이 있어 유착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적으로 A씨에게 시크릿 포트 수술을 적용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수술은 40분 만에 끝났다. 추 교수는 시크릿 포트로 복강 내 출혈 부위를 확인하고 파열된 나팔관을 절제해냈다. 수술 후 외부에 남은 흉터는 없었고, 김씨는 안정적인 회복 과정을 거쳐 무사히 퇴원했다. 이 수술로 자궁외임신 환자에게도 시크릿 포트 수술이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수술법이 의료 현장에서 갖는 의미는 더 커졌다.

인하대병원 무흉터 수술 연구팀은 추 교수와 선기은 산부인과 교수를 주축으로 부인과 영역의 다양한 질환에 이 수술법을 적용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근종과 난소낭종은 물론 자궁외임신까지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인과 수술에서 무흉터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 연구팀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무흉터 수술의 장점은 단순히 외형적인 흉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술 자체의 통증 감소, 회복 기간 단축, 수술 부위 감염 및 탈장 위험 감소 등 여러 장점을 동시에 제공한다.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했을 때 수술 시간과 합병증 발생률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단, 좁은 공간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까다롭고, 하나의 수술 구멍을 이용한 수술로 난도가 높아 숙련된 전문의의 집도와 전담팀 운영이 필수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특히 자궁외임신으로 복강 내부에 피가 고인 상태로 진행된 응급수술에서도 무흉터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이 수술법의 적용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미세침습 수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궁절제술 외에도 다양한 부인과 질환에 이 수술 방식을 적용해달라고 문의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 교수는 “흉터는 몸에 흔적을 남길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같이 남긴다”며 “시크릿 포트 수술은 흉터가 보이지 않음으로써 수술이 환자에게 남기는 흔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몸뿐 아니라 마음의 회복까지 고려한 환자 중심의 수술 방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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