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전KPS, 트라우마 노동자 복귀 지시
노동청 관계자 "PTSD 모른다" 망언
문제되자 뒤늦게 업무 복귀 명령 취소
대책위 "5주 이상 치료 프로그램"요구
지난달 18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열린 고(故) 김충현 노동자 연결식에서 고인의 친구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슬퍼하고 있다. 뉴스1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1차 하청업체이자 공기업인 한전KPS가 산업 재해 트라우마(외상)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취소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 태안화력에서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노동자 고(故) 김충현씨의 동료들이다. 사고 당시 기계에 끼어 있는 김씨를 직접 목격하거나 그 옆에서 작업 준비를 한 당사자들로 상당한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고 있다.

6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전KPS는 지난 3일과 4일 잇달아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일괄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대책위에 따르면 트라우마 치료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의를 통해 6월 말부터 집단 및 개별 상담이 시작됐다. 심리안정화, 위기상담, 집단회복과 복귀 전 정서 및 행동 평가 등 총 5단계로 구성돼 5주 이상 진행되는 전문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KPS는 6월 9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3주 기간을 1차 치료기간으로 설정했고, 2차 치료는 필요에 따라 현장 업무를 진행하며 병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책위는 "
특히 동일한 일터로의 복귀는 사고 트라우마를 재자극할 수 있어 복귀 시점은 당사자들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며 "한전KPS의 (업무복귀) 지시는 오로지 비용과 효율만을 앞세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서산출장소의 대응도 문제가 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노동청 면담 과정에서 작업중지권 발동 등 행정명령을 요구하자 노동청 관계자는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작업중지 행정명령 권한을 갖고 있는 행정관청이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 근거를 직접 찾아오라고 떠넘긴 셈이다. 또 노동자들이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해 알고 있나"라고 물어보자 노동청 서산출장소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옆에 서 있던 근로감독관 역시 "네. 저희 교육받은 사람도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와 함께 일했던 한 노동자는 "김씨는 사고를 당한 뒤에도 몇 시간 동안 현장에 방치됐다"며
"동료들은 작업 준비를 하러 사고 현장과 건물 2층을 오가며 사고 모습을 그대로 다 보게 됐다"
고 토로했다. 대책위는 "노동자 대부분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 감독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전KPS는 5일 오후 8시 무렵 업무 복귀 명령을 취소하고 8월 29일까지 트라우마 치료를 이어가도록 입장을 바꿨다. 또 트라우마 치료 기간 임금의 손실도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트라우마 치료 보장에 안도하면서도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190 내란 특검, 윤석열 구속영장… 수사 18일 만에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9 “올코트 프레싱”…위성락·여한구, 대미 관세·안보 투트랙 전략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8 내란 특검, 尹 구속영장 청구…수사 18일만에 ‘초고속’ 승부수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7 내란특검, 윤석열 구속영장 청구···넉 달 만에 재수감 되나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6 민주 당권경쟁 가열…정청래·박찬대 호남 돌며 표심잡기 주력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5 “계약금 다 날려도 포기”...서울 집값, 드디어 잡히나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4 국민의힘 “국방 예산 삭감, 안보 희생양”…민주당 “불용 예산 삭감, 문제 없어”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3 내란특검, 尹 구속영장 청구…"외환혐의는 조사 많이 남아"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2 배드뱅크 확정에도 갑론을박 여전… "도박빚 선별, 사실상 어려워"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1 임은정 "검찰 장례 치르는 장의사 역할‥한 시대 잘 마무리해야"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80 내란 특검, 윤석열 구속영장 청구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9 [속보] 당정 “가용 수단 총동원해 물가 민생 안정에 만전 기하기로”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8 ‘1등 이통사’ SK텔레콤, ‘부실 보안’에 흔들리는 20년 아성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7 당정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 점검…추경 예산 85% 9월말 집행”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6 [속보]윤석열 측 “범죄 성립될 수 없어···특검 무리한 영장청구 법원서 소명”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5 당정 "물가안정에 수단 총동원…가공식품 인상률 최소화 검토"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4 애플, 영상통화 중 상대방 옷 벗으면 ‘노출 경고’… iOS26에 시범 기능 도입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3 당정 “추경 집행관리 대상 예산 85%… 9월 말까지 집행”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2 내란특검, 尹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 청구…외환은 제외(종합) new 랭크뉴스 2025.07.06
52171 [단독] “잘생긴 남자 연예인으로 불러주면 용돈”…성신여대 총장님의 시대착오 new 랭크뉴스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