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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함수방정식에는 생산 영역에서의 성장·공급·효율 못지않게 분배·불평등 같은 윤리적 가치도 독립변수로 포함해야 한다. 2025년 5월2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라고 쓰인 팻말을 들어 보이며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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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비평에 불과할 수 있으나, 이재명 정부 초반 한국 경제를 기획·운용할 정책 담당 인물을 보면 1987년 체제 이후 30년 넘게 각축해온 ‘경제 개혁·민주화’ 과정에서 확실히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대통령비서실의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은 성장·공급·생산성·혁신을 주창해온 ‘실용주의적 성장’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 수석과 류 보좌관은 거시경제학자이고 경제철학상 분배를 중시하는 이른바 ‘학현학파’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경제적 분배(소득·고용·자산)를 둘러싼 기업·산업 수준에서의 미시적 불평등과 차별, 위계와 종속, 약탈적 경제구조를 평소 제1의 당면 개혁 과제로 제시해온 건 아니다. 국정기획위 경제1·2분과에 참여한 40여 명 중에도 주병기 교수(서울대 경제학)와 홍기빈 소장(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을 제외하면 연구·정책가로서의 생애 동안 주로 ‘불평등과 싸우는’ 연구 및 진단과 처방을 제시해온 인물을 찾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8일 만에 “국민이 주식투자를 통해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배당 생활비’를 말했지만, 배당을 받으려면 주식을 보유해야 하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식은 대표 위험자산이다. 배당금에는 진보·보수 같은 색깔이 있을 수 없고, 코스피·코스닥 상장 총 2759개 기업(2025년 6월23일 기준)의 ‘더 많은 이익’ 창출이 생활비를 버는 조건일 뿐이다.

‘코스피지수 5000, 전 국민 주식투자’가 취임 일성에 들어갈 정도로, 과거 진보 성향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이 시대의 특징을 체감한다. 하준경·류덕현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분배 관계를 바꾸려 시도했던 (임금)소득주도성장 경제운용을 여러 토론회 자리에서 공개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저성장 체제 극복이 지금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맞닥뜨린 시대적 소명인 건 틀림없다. 인공지능과 정보기술, 기후 대응 신산업을 중심으로 활력 있고 역동적인 경제로 이행해 ‘성장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 다행히 여러 거시경제 수치는 이재명 정부에 우호적이다. 역설적이게도 ‘기저효과’ 덕을 볼 게 분명하다. 최근 몇 년 새 아주 나빠진 경제성장률, 고금리 시절이 끝나고 점차 인하 기조에 접어든 금리는 비교 시점상 상대적으로 좋아질 공산이 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수년간 침체기를 겪어 아직은 직전 고점(2022년) 대비 낮은 수준에 있다.

그러나 성장 체제로 복귀한다 해도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수십 년간 누적된 소득·고용·자산 불평등, 수도권-지역 간 불균등 발전과 양극화, 교육인적자본 등 각종 자산 비대칭에 따른 경제력 격차가 거시 총량 수준에서 실물 내수경제를 억압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전히 안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상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행동(교환 및 수요-공급)과 가치 창출에 기여한 몫에 따라 정당하게 배분받는, 즉 평온하고 조화로운 시장원리가 관철되는 ‘최선의 경제’는 현실에 없었다. 권력과 위계, 관료적 통제, 독과점, 지대 추구, 불공정이 제도적·구조적으로 또는 관행적 질서로 강고하게 유지되고, 계층·집단 사이에 ‘경제적 분배 관계’를 둘러싼 개별적·집단적 갈등과 대립이 항상 벌어지는 장소가 자본주의 시장이다.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함수방정식에 생산 영역에서의 성장·공급·효율 못지않게 분배·불평등 같은 윤리적 가치도 ‘정치적 자유 의지’에 기반한 독립변수로 포함해야 한다. ‘코스피지수 5000’에 온통 휩쓸려가서는 안 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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