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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12만 5000년 전 동물 뼛조각 발굴
매머드·코뿔소·소 뼈 끓여 지방 추출
단백질 위주 식단 보완할 영양소 제공

네안데르탈인 가족 복원상. 네안데르탈인이 12만5000년 전부터 대규모로 동물 뼈에서 지방을 추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크로아티아 네안데르탈인 박물관


네안데르탈인이 12만5000년 전부터 동물 뼈에서 지방을 추출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2만8000년 전에 동물 뼈를 가공한 것이 가장 오랜 기록이었는데, 인류의 사촌은 그보다 훨씬 앞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빌 뢰브룩스(Wil Roebroeks)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연구진은 “독일 중부 네우마크-노르드(Neumark-Nord)에서 12만5000년 전에 동물들의 뼈를 대규모로 가공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스터리의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생활사를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뼈 잘게 부수고 끓여 기름 추출
네우마크-노르드 유적지는 1980년대 처음 발견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와 독일 몬레포스(MONREPOS) 고고학연구센터를 주축으로 하는 국제 연구진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연구를 통해 대규모 동물 뼈 가공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멸종한 매머드와 코끼리, 소를 포함해 대형 동물 172마리에서 나온 10만개 이상의 뼛조각을 발굴했다. 뼈들은 잘게 조각나 있었고, 주변에서 숯이나 그을린 화강암 등 불을 피운 흔적도 나왔다. 연구진은 뼈를 끓여 지방을 뽑아낸 증거라고 추정했다.

네안데르탈인은 12만5000년 전부터 동물에서 상완골(왼쪽 위 붉은색) 같이 골수가 많은 뼈를 모아 깨고 부순 다음 끓여 지방을 뽑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독일에서 발굴된 12만5000년 전 동물 뼛조각들./LEIZA-Monrepos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들은 아프리카에서 이미 뼈를 깨뜨리고 지방이 풍부한 골수를 빼 먹었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뼈에서 지방을 추출하는 방법을 더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 뼈를 잘게 부수고 물에서 끓이면 구멍이 많이 있는 해면골에서 지방이 빠져나와 열량이 높은 기름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유적지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지방 공장을 운영할 인간은 네안데르탈인밖에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정착했다. 약 4만년 전 멸종하기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수만년 공존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해 7만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대규모 이주했다.

골수 많은 뼈 모아 따로 가공
동물성 지방은 수렵채집을 하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네안데르탈인에게 유용한 식품이다. 잘 부패하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휴대하기도 편리했을 것이다. 뢰브룩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렵채집인인 네안데르탈인이 일종의 식품 저장 활동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은 동물 뼈에서 지방을 얻기 위해 체계적 작업을 했다. 네우마크-노르드 유적지에 많은 뼈가 흩어져 있었지만, 골수가 풍부한 뼈는 한데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나온 뼈들은 잘게 조각나고 잘린 흔적이 있었다. 연구진은 동물을 의도적으로 운반해 대규모 작업을 진행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열량 영양분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는 말이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네안데르탈인의 지방 공장 상상도. 네안데르탈인은 12만5000년 전 뼈를 부수고 끓여 지방을 추출했다./LEIZA-Monrepos

논문 제1 저자인 공동 저자인 루츠 킨들러(Lutz Kindler) 몬레포스 고고학연구센터 박사는 “아마도 동물 사체를 특정 장소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지방 추출 장소로 운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영국 레딩대의 제프 스미스(Geoff Smith)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은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수렵채집인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복잡한 작업을 조직하며 환경에서 한 방울의 열량까지 짜내는 종합 계획가였다”고 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동물 뼈를 끓인 용기는 흙으로 만든 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오래된 도기 유물은 2만년 전에 나왔다. 뢰브룩스 교수는 “최근 실험에서 가죽이나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용기도 불 위에서 물을 끓여 음식을 요리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지방은 단백질 중독 막는 데 도움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에게 동물 뼈에서 추출한 지방은 단순히 열량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백질 중독의 위험을 막았다고 추정했다. 토끼 기아(rabbit starvation)라고도 불리는 단백질 중독은 토끼 고기처럼 기름기 없는 단백질만 계속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영양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은 단백질 중독이라는 위험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2022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지구과학환경연구소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스페인 동북부 가바사 동굴에서 나온 1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를 분석한 결과 전적으로 육식(肉食)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가바사 동굴에서 나온 1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 법랑질의 아연 동위원소를 분석해 생전 전적으로 육식에 의존했음을 알아냈다./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이지만 원자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아연은 원자량이 66과 64인 동위원소가 있다. 근육에는 무거운 아연66보다 가벼운 아연64 동위원소가 많다. 만약 네안데르탈인이 육식을 많이 했다면 치아에 가벼운 아연 동위원소가 더 많아야 한다.

분석 결과 가바스 동굴의 네안데르탈인은 원자량 66인 무거운 동위원소가 64인 가벼운 동위원소의 0.35퍼밀(퍼밀은 1000분율)에 불과했다. 대부분 가벼운 동위원소였다는 말이다. 당시 살았던 대형 초식동물은 그 비율이 1.24퍼밀이고, 잡식성인 동굴곰은 1.15퍼밀이었다. 늑대나 스라소니 같은 육식동물은 0.85퍼밀이었다. 초식이나 잡식성 동물보다 육식동물에 훨씬 가까웠던 네안데르탈인은 생존을 위해 지방 공장을 운영한 셈이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v1257

PNAS(20222), DOI: https://doi.org/10.1073/pnas.2109315119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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