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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부 THE MONSTERS 체크메이트 시리즈 인형 / 사진=팝마트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6월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경매장에서 인형 하나가 2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주인공은 ‘라부부(Labubu)’. 낙찰된 인형은 라부부 초기 모델로 전 세계 단 한 점뿐이라는 희소성이 2억원이라는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다.

라부부는 중국 장난감 기업 팝마트(Pop Mart)의 대표 캐릭터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싱룽이 디자인한 캐릭터로 복슬복슬한 털과 토끼 귀, 9개의 이빨이 특징이다. 2019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인기가 폭발한 시점은 2023년 10월이다. 블랙핑크의 리사가 라부부 키링 사진을 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리한나, 데이비드 베컴 등 글로벌 유명 인사들도 라부부를 소지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판매 방식이 라부부의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팝마트는 라부부를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한다. 구매자는 포장지를 열기 전까지 어떤 모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이다. BBC는 “수집가에게는 일종의 도박이 된다”며 ‘랜덤박스’ 방식이 MZ세대의 수집 욕구와 결합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라부부 열풍에 힘입어 팝마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팝마트 매출은 130억4000만 위안(약 2조4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9% 증가했다. 순이익은 34억 위안(약 6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9% 늘었다. 팝마트 주가는 연초 대비 590% 급등했고 7월 2일 기준 시가총액은 3541억 홍콩달러(약 61조원)로 현대차(약 53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41조원)를 넘어섰다.

팝마트는 글로벌 브랜드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 매장 입점을 시작으로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등 핵심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중국 장난감 브랜드가 루브르에 입점한 것은 팝마트가 처음이다. 현재 팝마트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총 52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재산 분할 대상이 된 곰인형

치솟는 인기에 라부부를 정가에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형을 사기 위해 매장에 몰려드는 고객이 급증하면서 팝마트 코리아는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이유로 오프라인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 공식 채널을 통해 라부부를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매권 응모’뿐이다. 추첨을 통해 당첨된 경우에만 지정된 날짜와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라부부 리셀 시장은 과열되고 있다. 반스(Vans)와 협업한 한정판 라부부는 정가 599위안(약 11만원)에서 1만4839위안(약 280만원)까지 올랐다. 국내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는 인기 모델이 최고 109만9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라부부의 인기를 고급주 마오타이에 빗대는 ‘플라스틱 마오타이’라는 말도 생겼다.


다만 이러한 리셀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비니 베이비스(Beanie Babies)’라는 곰 인형이 리셀 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타이(Ty Inc.)가 제작한 이 인형은 손바닥 크기의 봉제 곰 인형이다. 인형의 내부를 솜이 아닌 플라스틱 알갱이로 채워 독특한 촉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제작사는 특정 모델을 단종시키거나 소량만 출시해 인위적인 희소성을 만들어냈다. 이 마케팅 전략은 리셀 시장에 불을 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시 정가 5달러였던 비니 베이비스의 리셀 가격은 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CNN에 따르면 1997년 당시 이베이 전체 거래액의 6%가 비니 베이비스였다.

리셀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자 비니 베이비스는 이혼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99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법원에서는 인형 수백 개를 법정 바닥에 펼쳐놓고 부부가 번갈아가며 인형을 나눠 갖는 일이 벌어졌다. 2500달러 상당의 비니 베이비스가 장난감이 아닌 자산으로 취급된 셈이다.

2000년대에는 아트토이 1세대로 불리는 ‘베어브릭(Bearbrick)’이 주목받았다. 곰 모양을 본뜬 이 베어브릭은 각종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적 상징성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2008년에는 한정판 모델이 15만7000달러에 낙찰되며 아트 컬렉터의 수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리셀 시장의 중심은 운동화로 옮겨갔다. ‘슈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루이비통과 협업한 제품은 2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 시기 한국에서도 크림, 솔드아웃, 아워드 같은 전문 리셀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식물 리셀’이 유행했다. 몬스테라 알보 등 희귀 식물이 고가에 거래되며 ‘식테크’(식물+재테크)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인터넷 카페와 SNS를 중심으로 식물의 희귀성을 매개로 한 투자 열기가 퍼졌고 일시적인 가격 거품 현상도 벌어졌다.

‘차세대 헬로키티’의 불안한 미래
리셀 열풍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가질 수 없는 상태 자체가 욕망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희소성이 깨지는 순간 욕망의 이유도 사라진다.

이 같은 리셀의 기원은 400년 전 1637년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버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튤립은 터키에서 전래된 희귀 식물로, 특히 희귀한 변종 품종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셈퍼 아우구스투스’ 품종은 고급 주택 한 채 값에 거래됐다. 1636년 11월부터 1637년 2월까지 약 25배 가격이 오르며 투기 열풍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 소문이 퍼지자 시장은 단 4개월 만에 붕괴됐다.

지난 6월 18일 중국 팝마트는 라부부 신제품을 대량 입고하며 온라인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단 하루 만에 티몰(Tmall) 등 주요 플랫폼에서 100만 개 이상이 팔리며 시장에 대량 물량이 풀렸다.

희소성이 깨지자 리셀 가격은 급락했다. 최고 2400위안(약 45만원)에 거래되던 6개 세트는 650위안(약 12만원)까지 하락했고 4600위안(약 87만원)을 호가하던 시크릿 에디션은 1900위안(약 36만원)으로 떨어졌다. 중국 SNS에서는 이를 ‘618 팝마트 사건’이라 부르며 리셀러들의 몰락을 조롱하는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이 여파로 팝마트 주가도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6월 20일에는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가 “블라인드 박스 판매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팝마트에 대한 시장 신뢰도에 타격을 주었다.

앞서 JP모간은 라부부를 ‘차세대 헬로키티’로 칭하며 팝마트가 2027년까지 연평균 42%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팝마트의 성장동력이 라부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디즈니나 산리오처럼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라부부 세계관 역시 캐릭터별 특징 서술에 그쳐 브랜드 자산으로 지속가능한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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