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연우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연우가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맛있는 것도 먹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했어요."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연우(11)군의 가족은 2일 이런 심경을 밝혔다. 김군은 생후 60일 만에 뇌수술을 받은 후 인공호흡기를 달고 누워서 생활해 왔으며, 2019년 심정지로 뇌기능이 저하되면서 차츰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가족들이 김군의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김군은 지난 5월 24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심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소중한 목숨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군은 2014년 5월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김군의 가족은 생후 한 달 무렵,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후 울던 김군의 얼굴 한쪽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증세를 발견했다.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뇌간(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중심 부위)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뇌 수술은 생후 8~9개월이 돼야 받을 수 있기에, 김군은 치료를 받으며 대기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반대쪽 얼굴마저 마비되면서, 김군은 생후 2개월 만에 응급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이후 김군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누워서 생활해야만 했다.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연우군의 신생아 시절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김군의 가족들은 "연우가 한 번도 먹어본 적도, 웃어본 적도 없기에 이식을 받은 아이에게로 가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아픈 아이를 오래 키우다 보니 아픈 자식을 돌보는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수혜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연우야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이 세상에 오기까지 고생 많았다"며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증을 결정해주신 연우군 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연우군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일보

홍인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