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크고 무거운 물품을 판매하는 업체로부터는 고액의 배송비를 받으면서 이 물품을 옮기는 배송 기사에겐 추가 운임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 물품을 가리키는 이른바 ‘이형화물’을 배달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온전히 배송 기사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지적이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로켓그로스 셀러에게 배송 물품의 무게와 부피에 따라 최소 2200원에서 최대 9500원의 배송비를 받는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입점업체의 물품 보관, 배송 등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물품의 크기가 클수록 배송비 격차는 커지는데, ‘극소형(세변 합 80㎝·무게 2㎏ 이하)’은 2200원, 그보다 세 단계 높은 ‘대형1(120~140㎝·10~15㎏)’은 4000원으로 1800원 차이지만, ‘대형2(140~160㎝·15~20㎏)’와 그보다 한 단계 더 큰 ‘특대형(160~250㎝·20~30㎏)’은 각각 5500원, 9500원으로 4000원 차이가 난다. 크기가 커질수록 배송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 가격 책정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배송 기사에게는 물품의 무게나 크기와 관계 없이 같은 돈이 지급된다. 쿠팡의 ‘퀵플렉스’ 기사는 배송지에 따라 많아야 1000원대의 배송비를 받는데, 30㎏의 물건을 옮기고 고작 500원만 손에 쥘 때도 있다. 무거운 물품은 포장재가 찢어지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 경우 기사들이 직접 물건을 다시 포장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업체 배송 기사들이 이형화물을 옮기는 대가로 받는 돈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이형화물 전문업체인 경동택배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수료의 30%를 기사에게 지급한다. 30㎏ 택배의 표준운임이 9000원이라면 기사에게 3000원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배송기사 쥐어짜기 행태가 관심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쿠팡이 갈수록 이형화물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냉장고나 운동용 사이클 등 무겁고 옮기고 힘든 품목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제품에는 ‘2명이서 옮기시오’ 같은 문구가 적혀 있을 때도 있다.
심지어 쿠팡은 최근 다수의 물품을 하나로 묶어 포장하는 ‘합포장’까지 늘리고 있다. 이 경우 배송 기사의 부담은 커지지만 쿠팡은 배송 비용을 아끼게 된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물류 노동자들이 협의를 통해 만들어 온 노동 체계가 쿠팡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며 “법망을 피해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회피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