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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세종시 국무총리 공관 근처 원수산 아래 있는 ‘대통령 제2집무실 후보지’를 찾은 대한풍수지리학회 회원들이 해당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최예린 기자

“세종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지난 15일 세종시 호수공원 맞은편 원수산 아래, 좁은 임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니 넓고 평평하게 펼쳐진 녹지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국무총리 공관 앞을 지나갈 땐 수풀에 가려 눈에 띄지 않던 숨은 공간,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의 청와대 터로 계획한 땅’이라 전해지던 곳이었다. 너른 부채꼴 모양의 녹지 끝의 좁은 통로 위로 올라가니 샘물이 흐르는 너럭바위가 있었고, 거기서 몇 걸음을 옮기니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연이 일부러 감춰놓은 것만 같이 원수산을 파고든 형태의 평지가 양쪽 산자락 사이 ‘제비 둥지’처럼 오목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세종 대통령 집무실 터’를 답사하러 이곳을 찾은 사단법인 대한풍수지리학회 회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종학 대한풍수지리학회장은 금강 쪽으로 뒤돌아 그 터를 조망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 회장은 “원수산이 좌청룡·우백호로 균형감 있게 이 터를 감싸고 있다. 마치 어머니 자궁 속 같은 ‘와혈’(풍수지리에서 산줄기나 지맥 따위의 정기가 편안하게 보이는 자리)”이라며 “대통령실과 같은 나라의 중요 건물이 들어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을 다녔지만, 이런 지세는 처음 본다”고 했다.

지난 15일 세종시 국무총리 공관 근처 원수산 아래 있는 ‘대통령 제2집무실 후보지’를 찾은 대한풍수지리학회 회원들이 풍수나침반으로 해당 부지의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나침반의 바늘은 ‘임자 병향’을 가리켰고, 지종학 대한풍수지리학회장은 “정남향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이 땅을 포함한 원수산과 전월산 사이의 ‘국가상징구역’을 ‘대통령 제2집무실 후보지’로 정해놓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 시기 행복청은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방안 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해 총사업비 3846억원 규모의 계획을 마련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에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세종 행정수도’를 넣어 ‘국회 세종 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임기 내 건립’을 약속했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서 “일단 용산 집무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고, 장기적으론 세종에 집무실을 지어 가는 게 최종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행복청은 조만간 새 정부와 세종 대통령 집무실 건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행복청 대통령집무실팀 관계자는 “세종시 중심에 있고 정부청사와도 가까우면서 호수공원·세종수목원 등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원수산과 전월산 사이의 ‘국가상징구역’을 대통령 제2집무실 후보지로 놓고 국제 설계공모를 추진하려 한다. 구체적인 집무실 위치는 설계공모를 통해 제안받을 계획”이라며 “세종의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처럼) 대통령 거처와 집무 시설을 후보지 안에 함께 설치하는 형태로 계획을 세웠고, 설계공모 진행 전 새 정부의 대통령실과 협의가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국회 세종 의사당 예정 부지’ 안쪽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 세종 의사당 건립용으로 터다지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세종시 세종수목원 앞 ‘국회 세종 의사당 예정 부지’ 바깥쪽으로 가림막이 처져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15일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 아래쪽 세종수목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국회 세종 의사당 예정 부지’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터다지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약 5조6천억원 규모의 세종 의사당 건립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기재부 검토 결과에 따라 실제 세종으로 이전하는 국회 시설과 직원의 규모, 세종 의사당 건립 면적 등은 국회사무처에서 제시한 계획보다 축소될 수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어떤 걸 얼마나 옮길지 계획했지만, 실제 이전 범위와 내용은 기재부와 예산 협의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 터다지기 작업 중인) 세종수목원 앞 국회 세종 의사당 예정 부지 전체를 활용할지 아닐지도 사업 예산 규모가 확정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신행정수도 건설’의 열매로 탄생한 세종시 입장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은 존재론적인 문제다. 이 도시가 존재하게 된 이유인 ‘행정수도’가 본래 목적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행정부의 중심인 대통령실과 입법부인 국회까지 완전히 세종으로 함께 옮겨야 한다는 것이 세종시의 입장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까지 세종으로 옮겨 다른 정부 부처와 함께 두어야 국정 운영의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제야 행정수도 세종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5월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한쪽에 있는 상징물이 놓여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탄 노무현 전 대통령 뒤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라가고, 노란 글씨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적혀 있다. 박기용 기자

세종시는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라는 2004년 헌법재판소 판단 역시 성문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시대적 상황도 21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개헌 필요 없이 정부 의지와 정치적 합의에 따라 청와대와 국회 이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를 향해 “세종 대통령실 건립이 가능한 것인지, 언제 실현될 것인지 로드맵이라도 제시해달라”며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눈길은 지난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와 여당이 된 민주당에 쏠린다. 국정기획위의 국정과제에 세종 이전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담기는지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진짜 의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세종시당 위원장인 강준현 의원은 “이르면 이번달 말 세종에 ‘행정수도’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발의하려 한다”며 “이번주 신임 원내지도부와 국정기획위원회와도 상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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