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핵시설 완파, 합의 필요 없어”
하메네이, 휴전 후 첫 메시지
“미 성과 없어” 완파 주장 일축
이란, IAEA 협력중단 선언도
미국이 다음주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하고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다음주 이란과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전에도 요구한 것으로,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이란과 진행한 5차례 핵 협상에서 이란에 핵 프로그램 완전 포기를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문서에 서명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란 핵무기를 완전히 폭파했기에 (합의가)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합의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협상의 구체적 시점이나 진행 방식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특사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하길 바란다”며 좀 더 구체적인 구상을 공개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포기,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의 확대 등을 포괄하는 큰 틀의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핵연료의 무기화는 ‘레드라인’이라고 못 박으면서도 이란이 민간용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이란이 미국 정부 구상에 응할지 불분명하다. 이란 의회는 이날 이란원자력청의 IAEA 협력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부통령은 “우리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우라늄) 농축을 놓고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핵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들은 최근 정부에 IAEA와의 협력 중단을 압박하고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촉구하고 있다고 디애틀랜틱은 전했다.
핵 협상 전략의 바탕이 될 핵시설 피해 범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어쩌면 조만간 재개될 수도 있다”면서 지난 24일 시작된 양국의 휴전이 공고하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휴전 이후 침묵하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6일 첫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 것에 관해 “중요한 어떤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과장된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