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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장의 민주당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에서 33살 후보가 탄생했습니다. 뉴욕주 하원의원 조란 맘다니입니다. 워낙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시에선 민주당 후보가 되면 당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가 당선된다면 뉴욕 시장 역사에 여러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우선 20세기 이후 최연소 뉴욕 시장입니다.(1889년에 휴 J. 그랜트가 30살에 당선됐습니다.) 또 최초의 무슬림 및 인도계 시장이 됩니다.

■ 넉 달 전 지지율 1%...막판 역전

그의 정치 이력은 길지 않습니다. 2020년 처음으로 당선됐고, 그가 지금까지 입법에 성공한 법안은 3개에 불과합니다. 그의 경쟁자 쿠오모가 선거전 막판, 맘다니 후보가 경험이 부족하다며 공격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의 지명도도 매우 낮았습니다. 출마 선언을 지난해에 했는데, 올해 1월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은 1%에 불과했습니다. 5월까지도 그를 1순위로 뽑겠다고 답한 사람은 23%. 쿠오모를 답한 사람은 34%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격차를 뒤집었습니다. 1차 집계에서 개표율이 93%일 때 43.5%를 득표했습니다.

■ 경력도 선거운동 방식도 달랐다

그의 경쟁자 앤드류 쿠오모는 67살입니다. 성추문이 있기 전 뉴욕 주지사를 10년가량 지낸 뉴욕의 대표적인 민주당 소속 정치인입니다. 이번엔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맘다니 후보와는 확연히 다른 정치 이력입니다.

강력한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였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

하지만 나이 때문이었을까요? 선거 운동 방식 역시 달랐습니다.

쿠오모 후보는 트럭을 타고 길거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반면 맘다니 후보는 길을 걷고, 지하철을 타며 직접 유권자와 접촉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풀뿌리 선거 운동의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쿠오모 후보는 '안전한 뉴욕'을 내세운 반면, 무료 버스 시험 운행 등의 성과를 낸 적이 있는 맘다니 후보는 '생활비 절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 뉴욕 시장 민주당 예비 선거 '순위 선택 투표'란

이번 선거 내내 최종 결과는 '순위 선택 투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되려면 50% 이상 득표를 해야 하는데, 첫 집계에서 과반을 득표할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순위 선택 투표'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요?

이번 뉴욕시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5명까지 지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단 한 명만 골라야 하는 우리나 미국 대부분의 투표 방식과 다릅니다.

후보 이름 옆으로 5개의 칸이 있다. 이곳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순서대로 표시한다.

여러 명에게 지지의사를 표시하지만, 거기엔 순위가 있습니다. 1순위 지지는 B 후보에게, 2순위 지지는 A 후보에게, 3순위 지지는 D 후보에게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5순위까지 표기합니다.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우선 1순위 지지표만 집계합니다. 위에서 1차 집계라고 표시한 이유입니다.

1순위 지지만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맨 하위 후보를 빼고, 그 후보의 2순위 지지자들의 표를 다른 후보들에게 나눠줍니다. 여기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시 거기에서 최하위 후보를 빼고, 그 호부의 2순위나 3순위 표를 다른 후보에게 배정하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현직 에릭 애덤스 시장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될 때 8차 집계까지 갔습니다.

■ 순위 선택 투표를 둘러싼 논란

이 방식을 사용하면 최종 집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꼭 과반 득표자가 필요한 상황에선 결선 투표를 새로 치러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지만, 결선 투표율은 낮기 때문입니다.

이를 둘러싼 찬반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자기 후보가 승산이 없더라도 일단 지지를 표한 뒤,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소수의 목소리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또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려운,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후보를 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한 명에게만 지지를 표할 경우, 이런 후보에 반하는 경쟁자들이 여러 명이라면, 표가 분산되면서 극단적인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습니다.

뉴욕 시장 후보 민주당 경선 투표장

하지만 1인 1표 원칙에 어긋납니다. 또 투표와 집계 방식이 복잡해 여론 조사 흐름이 투표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1차 집계에서 1위 득표자가 2위나 3위 후보에게 최종 패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는, 순위 선택 투표 로비 단체인 FairVote에 따르면 2004년 이후 3명 이상의 후보가 등록한 487번의 순위 선택 투표에서 이런 일이 31번 발생했습니다. 2위 후보가 29번, 3위 후보가 2번 이겼습니다.

이번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도 에머슨 칼리지가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1차 집계에선 쿠오모 후보가 1위지만, 8차 집계까지 이어지면서 최종 맘다니 후보가 승리할 걸로 예측된 바 있습니다.

1차 집계에서 뒤진 쿠오모 후보는 2차 집계가 시작되기 전에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의 미래

맘다니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 사회주의자로 유명한 버니 샌더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맘다니 역시 전미 민주사회주의자 단체 소속입니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와, 대중교통 등 공공서비스의 무상 제공을 주장합니다. 또 가자 지구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쿠오모는 빌 애크먼이나 스티븐 로스 등 금융 및 부동산 거물들로부터 거액을 모금했습니다.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높이면 부자들이 모두 뉴욕을 떠날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지지 기반이 다른데 결국 승자는 맘다니 후보였습니다. 이전엔 진보적이라고 평가되지 않은 곳에서도 더 많이 득표했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은 민주당의 이념적 방향을 제시하는 예비 선거였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뉴욕 시장 선거는 올해 11월에 열립니다.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민주당에서 탈당한 현직 시장 에릭 애덤스는 무소속으로 출마합니다. 예비 선거에서 패배한 쿠오모도 선거에 나설 수 있습니다.

조란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나 7살에 미국으로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선 후보로는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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