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박싱] 위원장에 김성원·이헌승 등 거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언석(왼쪽 두번째부터), 이헌승, 김성원 후보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선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의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혁신위원장 할 사람이 없다. 이러다 구성도 못하면 어떡하나 싶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당 혁신 작업을 주도할 혁신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이같이 토로했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당 쇄신 방안 공약 중 하나로 내놓은 혁신위가 출범도 전에 ‘위원장 구인난’ 암초를 만난 탓이다.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선 쇄신 작업 방식 등을 놓고 내홍이 길어지면서 구인난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여서 조건부터 까다롭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엔 대구·경북(TK)을 내세우면 안 된다는 여론이 있어서 최대한 수도권에서 찾고 있다”며 “또 중량감 있는 혁신안을 만들 수 있으려면 최소 3선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지역·계파·선수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용병’에 대한 거부감도 있어 원내 인사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원내지도부는 이런 조건에 맞는 의원 4~5명을 혁신위원장 후보군으로 올리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 선거에 나섰던 수도권 3선 김성원 의원, 부산 지역 4선 이헌승 의원이 우선 거론된다. 수도권 4선인 안철수 의원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건에 맞는 인물 자체가 적고, ‘파격 인선’ 이미지도 주기 위해 재선까지 후보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어렵게 적임자를 찾아도 혁신위 자체에 대한 회의감 탓에 고사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8월 초·중순 조기 전당대회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혁신위 활동 기간은 차기 당대표 선출 전까지 사실상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권한이나 범위도 불분명하다. 한 지도부는 “실질적 혁신위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대를 앞두고 혁신위에 권한을 무제한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위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출범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인 자신의 임기가 끝난 후 혁신위를 띄워야 하며, 남은 임기 동안에는 ‘5대 개혁안’ 관철을 위한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혁신위를 원내 기구로 만들어 개문발차하는 것도 어렵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원내 기구로 구성하자는 의견을 냈다가 ‘속보이는 일’이라는 당내 반발에 부닥쳤었다. 지도부는 혁신위원장을 포함해 10명 내외 규모의 혁신위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