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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행 : <5> 유품 정리

편집자주

완숙기에 접어든 '장청년'들이 멋과 품격, 건강을 함께 지키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유품, 고인의 일생이 담긴 기록
정돈된 삶, 남은 이에 대한 배려
더욱 중요한 디지털 유산 정리




Q:
60대 남성 A다. 아흔을 앞둔 어머니가 병원에서 두 달을 고생하시다 얼마 전 임종하셨다. 어머니는 혹시나 집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다는 생각에 입원 전까지 홀로 지냈던 작은 집을 처분하지 않으셨다. 장례를 치른 후, 가족들은 상의 끝에 어머님 집을 내놓고 유품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이 살지 않았던 가족들에게는 어머님 유품 정리가 문제가 됐다. 무엇을 버려야할지, 무엇을 남겨야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미 일부는 아내의 성급한 판단으로 버려진 상태다.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A:
최근 고령화, 1인 가구의 급증, 고독사의 증가 등으로 인해 유품 정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생전에 유품을 미리 정리하거나 관련 준비를 하지 못하고 고인이 떠난 뒤, 유족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유품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고인의 기억은 소중히 다뤄지지 못한 채 그저 ‘처리 대상’이 되곤 한다.

함께 살지 않았던 가족일수록 이 작업은 낯설고 어렵다.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의미를 온전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건을 손에 쥔 채 한참을 망설이거나, 성급하게 폐기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서 가족들끼리 유품 정리 기준을 세우고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유품을 △보관할 것 △가족끼리 나눌 것 △기부할 것 △폐기할 것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감정적으로 소중한 물건은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기념 상자에 담아 간직하는 방식도 좋다. 정리가 너무 힘들다면 ‘유품 정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유품 정리는 급하게 마무리하기보다는, 가족 구성원 모두 감정적으로 준비됐을 때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칠 수 있으므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필요시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순히 ‘집을 비우는 청소’로 오해되지만, 고인의 삶을 되짚고 의미를 해석하는 기억의 큐레이션에 가깝다. 사진 한 장, 손때 묻은 책 한 권이 가진 정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으며, 남겨진 이들은 물건을 통해 고인을 다시 한번 만난다. 유품 정리는 물리적 정돈을 넘어 정서적 마무리와 생애사 복원의 과정이기도 하다.

유품 정리를 위해, 생전에 실천할 일



첫째, 미니멀 라이프(소박한 삶)를 지향하는 것이다. 물건을 최소한으로 소유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내는 습관은 사후 유품 정리를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유족의 수고를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 삶을 더 집중적이고 본질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된다.

둘째, 생전에 내 물건을 미리 나누자. 자녀나 가까운 이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직접 건네며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가치를 함께 전하는 것이다. 또 물건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이도록 할 수도 있다. 물건은 사후에 정리되지 않은 채 덤덤하게 건네받는 것보다, 살아있는 동안 의미를 담아 주고받을 때 훨씬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 물건은 관계를 잇는 매개가 되며, 그 자체로 소통이자 위로가 된다.

셋째, 중요한 물건의 목록이나 유언, 정리 메모를 남기는 것도 유품 정리에 도움이 된다. 각 물건의 의미나 보관 이유, 처리 방법 등을 간단히 기록해 두면, 남겨진 이들은 판단의 혼란 없이 고인의 뜻을 헤아리며 유품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엔 디지털 유산의 정리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계정, 사진, 문서 파일 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생전에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유품 정리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곧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성찰하는 일이다. 정돈된 삶은 배려다. 이는 생전에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사후에도 그렇다. 우리가 오늘 조금 더 간결하고 단정하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남겨질 누군가의 마음 또한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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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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