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단 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과 관련해 “능력이 있다면 어느 진영의 사람인가보다 능력 안에서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 장관 유임을 두고 농민단체 등에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용주의 기조를 내세워 인선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송 장관과) 국무회의 때 얘기해보니 (농정에 대한) 식견도 있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이더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에 대한 언급은 이날 만찬에 앞서 이뤄진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송 장관에 대한 우려를 알고 계셨다”고 했다.
이날 오후 이뤄진 내각 인선 발표에서 전 정권 인사인 송 장관이 유임된 것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쪽에서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왔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하고,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 농정 수장을 유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송 장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던데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을 “농업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를 공개 거론했기 때문이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날 만찬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원내지도부 21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쪽에선 이 대통령과 참모진이 함께 자리했다. 된장국에 밥, 반찬이 곁들여진 한식 메뉴로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대선 선거 유세를 하며 겪었던 소회를 얘기하고,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말을 하나하나 새겨들으며 지금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업과 교감이 매우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당정 간의 호흡이야말로 성공의 밑거름”이라며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재명 정부 1기 원내대표단으로서 민생회복과 개혁·민생입법에 진력하는 한편 국민과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며 “또한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짐에 정부·대 통령실과 협력해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고 박상혁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 원내대표단에 “의회 외교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소년공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대화한 얘기를 전하며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