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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들썩이자 정부는 익숙한 해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공급 확대엔 시간이 걸리고 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기조 속에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 삼아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은행들에 “알아서 조절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금융사를 직접 규제하는 식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출 공급자 은행 규제?

이재명 정부는 금융사 자본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국정기획위원회의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보고서). 대출 공급자인 은행을 직접 규제해 대출을 옥죄겠단 취지다. 그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수요자 중심의 규제가 이뤄졌던 것.

구체적으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과 부문별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sSyRB) 도입이 거론된다. 두 규제 모두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었거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각 금융사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높게 둬 각 금융사의 자본 건전성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은행들은 주담대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같은 금액의 주담대를 내주더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행장 소집, 비가격 조치 주문

우선 금융당국이 움직였다. 6월 16일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월별·분기별 목표치 준수를 당부했다. 투기 수요와 연결될 수 있는 다주택자 대상 대출을 자제하고 주담대 취급 시 만기 40·50년 상품을 팔고 있는 은행들에 만기 기간을 30년 등으로 줄여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가계대출을 빠르게 늘린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에는 사실상 ‘경고장’을 보냈다.

대출 수요를 조절할 방안은 은행 ‘자율’에 맡겼다. 다만 은행권에 ‘비가격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대출금리를 높여 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비가격적 조치를 통해 대출을 조이란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5월 29일)에도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금리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 예금금리는 발 빠르게 내렸지만 대출금리(고정형)는 반대로 올려 4~5%까지 상승했다. “가계대출의 선제적 관리”를 이유로 들었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1년 새 가파르게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많이 뛰었다. 지난해 4월 0.41%포인트에서 올해 4월 1.43%포인트로 3.5배 벌어졌다(신규 취급).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0.78%포인트에서 1.53%포인트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농협은행(0.84%포인트→1.39%포인트), KB국민은행(0.91%포인트→1.44%포인트), 우리은행(0.99%포인트→1.35%포인트) 순으로 올랐다.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은행 이익은 더 늘어난다.

예대금리차는 사실상 딜레마의 측면이 있다. 금리차를 줄여 대출받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이는 자칫하면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여전히 높을 듯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당국의 압박에 일부 은행은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기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경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우대금리 조건을 강화했다. 주담대의 LTV가 40% 이하일 때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했는데 이 기준을 LTV 30% 이하로 바꿨다. 모바일뱅킹 앱(올원뱅크) 가입 시 0.1%포인트 제공하던 우대금리와 영업점 특별우대 금리(0.1%포인트)도 없앴다.

SC제일은행은 주담대 상환 기간을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대출 만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진다. DSR이 높아져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영업점장 재량으로 부여하던 우대금리도 0.25%포인트 축소했다.

주담대 금리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더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 입장이다.

대부분이 고정금리 대출로 이뤄지는 주담대의 성격을 고려하면 코픽스(변동형 금리 산정 지표) 하락이 대출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예금은행 주담대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신규취급액 기준 89.5%에 달했다(한국은행).


그래픽=정다운 기자

◆이자 장사 비난 받지만 실적은 최대

은행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책은 없으면서 은행에만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정부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자 장사’ 비난은 다 받고 대책을 내놓는 것도 우리”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통한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하루빨리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실적을 놓고 보면 은행권의 ‘억울함’ 호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1분기 6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3000억원)보다 28.7%(약 1조5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시중은행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30.3% 늘어난 3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이 기간 가계대출은 폭증했다. 지난 5월 금융권 전체로는 6조원 이상 늘었고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에 육박했다. 연중 최고치다. 2024년 9월 이후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6월 들어 가계대출은 더 가파르게 급증했다. 대통령 선거와 현충일 등 공휴일이 겹쳤는데도 증가폭은 5월의 50%를 넘어섰다. 6월 13일까지 8영업일 동안 총 2조7609억원 증가했다. 이 중 주담대가 2조1665억원, 신용대출은 6397억원 늘었다.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5월 증가액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돋보기
LTV·DTI·DSR, 주담대 ‘규제 삼형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서둘러야 한다는 글들이 많아요. 불안해서 은행 창구로 달려왔어요.”

“오전 6시, 오전 9시…주택담보대출 오픈런을 위해 매일 알람을 설정해 놨어요. 은행 앱마다 대출 신청 시작 시간이 다르거든요.”

이자값이 싼 모바일뱅킹 앱에선 오픈런이, 은행 창구에선 주담대 상담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한도 축소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대출 규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DSR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 대비로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법이다.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서 규제는 더욱 빡빡해졌다. 스트레스 DSR은 금융 소비자의 대출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얹어 총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수도권의 경우 연소득 1억원 직장인의 총대출 한도가 지금보다 3000만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 금융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이 대상이다. 수도권은 1.5%, 지방은 0.75%로 스트레스 DSR이 부과된다. 7월 1일 이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거나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온 경우 적용된다.

주담대를 받기 위해선 스트레스 DSR 외에도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LTV, DTI 규제가 여러 차례 강해졌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주담대 한도액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LTV가 50%인 경우 10억원 아파트를 구매할 때 빌릴 수 있는 주담대는 최대 5억원이다.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LTV는 규제지역 50%, 비규제지역 70%이다.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의 LTV를 적용 받는다.

DTI는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주담대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다. 매년 갚아야 하는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를 합친 금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연소득이 6000만원 직장인에게 DTI 40% 규제를 적용하면 연간 상환 가능 금액은 2400만원이 된다. 이를 역산하면 대출 총액은 약 3억원 수준이다(금리 4%, 만기 20년 주담대).

DTI 기본 규제 비율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40%, 조정대상지역에서 50%, 비규제지역에서 60%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서민 등 실수요자는 투기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DTI가 60%로 완화된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김태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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