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테헤란에서 1박2일 걸려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긴급 탈출


폭격 당한 테헤란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작년처럼 하루로 그치겠거니 했는데 폭격이 멈추지 않아서 탈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3년째 테헤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 정시훈(29) 씨는 13일(현지시간) 새벽 3시30분께 놀란 후배들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후배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폭발음이 두어번 들렸다"며 정씨를 찾았다.

약 15분 뒤 휴대전화로 한국대사관의 영사공지 문자가 왔고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에도 이스라엘이 폭격한 적 있어서 처음엔 많이 놀라진 않았는데 날이 지날수록 폭격이 더 심해졌다"며 "'우리 집에도 폭탄이 떨어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고 말했다.

폭격이 사흘째 되던 15일 정씨는 차를 간신히 빌려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50㎞ 떨어진 이스파한에도 다녀왔다. 그곳의 대학으로 단기 언어연수를 온 후배 1명이 폭격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스파한까지 하루종일 왕복하면서 폭격을 맞은 정유시설 등이 보여 긴장했다"며 "목숨을 걸고 이스파한에 다녀왔다"라고 말했다.

그가 17일 새벽 테헤란에서 탈출하는 버스를 타기까지 나흘간 테헤란 상공엔 드론과 전투기 소리, 대공포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작년과 달리 테헤란 도심까지 공습당해 피해가 아주 심각했습니다. 겁이 났지만 후배들과 일부러 농담하면서 두려움을 잊으려 했어요."

폭격당한 테헤란 인근 정유시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테헤란 시민들은 의외로 차분하면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식료품, 생활필수품 사재기 같은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한꺼번에 테헤란 남쪽으로 피란하면서 도로가 몇시간씩 막히기도 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특히 16일 이란 국영방송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맞아 생방송이 중단되면서 테헤란 시민 모두가 놀랐고, 그때부터 시민들이 서둘러 피란길에 올랐다고 한다.

정씨는 후배 4명과 함께 17일 새벽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버스에 올라 1박 2일간 육로를 달려 1천200㎞ 떨어진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 18일 밤 도착했고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잠시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다시 테헤란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그는 "교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애국심도 절로 생겨났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595 시내버스 훔쳐 10km 질주…"경찰 쫓아와 영화처럼 느껴져"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94 미군 '심판의 날' 항공기 E-4B 떴다…핵탄두 공격도 끄떡없어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93 쇼츠 보랴, 운전하랴‥승객들은 '아찔'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92 이시바, 한·일 수교 60돌 행사 참석…“손잡고 더 나은 미래 향해 한 걸음”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91 이종석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냐”…야당 “굉장히 친북적”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90 3주 만에 미국 유학길 뚫렸지만… SNS 검열 방침에 당혹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89 [속보] 이스라엘 "이란이 공격…집속탄 장착한 탄도미사일 쐈다"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88 시내버스 훔쳐 10km 질주…문 부수고 체포 new 랭크뉴스 2025.06.20
49587 [새정부 추경] 보편·선별 '믹스' 현금성 지원…4인가족 평균 100만원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6 ‘김용현 석방 막아라’…내란 특검, 추가 기소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5 미사일로 무너진 평생 꿈…중동에 쌓여가는 민간인의 죽음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4 이스라엘 “이란, 집속탄 장착 탄도미사일로 공격”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3 내란 특검 임명 6일 만에…주요 혐의자 신병 확보부터 겨눴다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2 7년 이상 빚 못갚은 113만명 채무 탕감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1 '병상 대기' 줄줄이 하는데‥VIP 병실서 버티기?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80 윤건영 의원, '의원실 인턴 허위 등록' 벌금 500만 원 확정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79 국회에서 쓴소리 들은 국힘···“계엄에 명백한 언어로 반대한 적 없어”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78 정규직이라더니 “석 달 계약”, 항의하니 해고…장애인 울린 자립단체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77 토스뱅크 20억 횡령 사고… 돈 빼돌린 팀장은 숨진 채 발견 new 랭크뉴스 2025.06.19
49576 이스라엘 핵시설 공습에 이란은 대형 병원 폭격...공방 격화 new 랭크뉴스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