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공고해 공고계약 한달 만에
“석달 수습 뒤 계약 만료” 일방통보
항의하자 수습도 끝나기 전 해고
등록 직원 줄여 노동법 회피 정황도
“석달 수습 뒤 계약 만료” 일방통보
항의하자 수습도 끝나기 전 해고
등록 직원 줄여 노동법 회피 정황도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단체에서 시각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며 수습 계약을 맺은 뒤 해고하는 일이 발생해 관할 구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 5명 미만 사업장 형태를 유지하려는 정황도 여럿 확인됐다.
19일 인천 서구와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단체는 지난 3월 사회복지사로 시각장애인인 조아무개(30)씨를 채용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인 ‘고용24’에 올린 이 단체의 채용공고문 일부를 보면, 고용형태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제시했다. 정규직 공고를 의미하지만 이 단체는 조씨에게 3개월짜리 수습 기간이 있는 고용 계약을 내밀었다. 조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고 해서 고용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가 일한 지 약 1개월이 지났을 때 단체의 대표는 면담 자리에서 수습 기간이 끝난 뒤 계약이 만료된다고 통보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계약 종료 사유를 묻는 조씨의 질문에 대표는 “이유는 내부적인 일이라 공유해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지방노동위원회 등에서는 수습 기간이라도 계약을 종료할 때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세운 뒤, 어떤 점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후 대표는 조씨가 부당해고 신고를 예고했고, 대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 등이 회사 분위기를 해친다며 수습 기간 종료 전 해고를 통보했다.
문제는 이 단체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돼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청 관계자는 “경위 확인을 하기 위해 현장을 나갔는데 단체에서는 5인 미만을 이야기한다. 실제 등록된 노동자 수도 4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바로 옆 사무실을 쓰는 업체와 동일 사업장으로 보이는 정황이 여럿 확인된다. 사무실 간판에는 두 업체가 같은 이름과 마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옆 단체 누리집에 나와 있는 조직도에는 조씨가 속해 있던 단체의 업무를 자신의 업무로 포함하고 있다. 조씨는 “이들은 점심시간에 밥을 한 사무실에서 같이 먹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업무 이야기를 한다”고도 했다.
노동법률사무소 ‘보답’의 김선미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들어가면 형식적인 상시 근로자 수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 형태까지 고려해 판단한다”며 “조직도에 포함돼 있다거나, 업무 지시를 하는 대표가 다른 쪽 직원에게도 지시하면 같은 사업장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 관계자는 “이 사업장에 대해 조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이 들어와 살펴보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으려면 5인 이상 사업장이어야 하기 때문에)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부터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단체 대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