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조 새 정부 추경안 국무회의 통과
지출 20.2조 중 11.3조 소비에 할애
성장률 0.1%p↑…추가 대책 필요성
지출 20.2조 중 11.3조 소비에 할애
성장률 0.1%p↑…추가 대책 필요성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전체 지출 20조2천억원 중 절반 이상인 11조3천억원을 소비쿠폰 등 소비 진작 사업에 할애했다. 1분기 성장률과 민간소비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침체된 경기를 소비 활성화를 통해 끌어올리는 게 이번 추경의 목표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세입경정을 포함해 30조원대에 이르는 추경을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올해 0.1%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라 ‘0%대 저성장’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의 핵심은 국비만 10조3천억원(지방비 포함 13조2천억원) 투입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이다. 정부는 1·2차에 걸쳐 1인당 15만~50만원씩 차등 지원키로 했다. 이르면 7월 초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2주 뒤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차상위 계층 30만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40만원)씩 1차 지급 방침이다. 농어촌 인구소멸지역(84개 시·군, 411만명) 주민들은 1인당 2만원씩 추가로 지급받는다. 소득·자산 기준 상위 10%(512만명)을 걸러낸 뒤, 90% 국민들에겐 10만원씩 쿠폰이 추가 지급된다. 건강보험료와 소득정보 등을 기준으로 10%를 걸러내는데, 선별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해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사용처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가전제품 최대 30만원 환급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기타 소비 지원책에도 1조원을 투입한다. 지역상품권에만 국비 6천억원을 확대해, 지역에 따라 현행 5~10% 적용된 소비자 할인율이 7~15%로 확대될 예정이다. 냉장고·에어컨 등 11개 가전제품을 에너지 1등급 제품으로 구입하면 최대 240만명까지 10%(최대 30만원)를 환급해준다.
숙박·영화 관람 등 5대 분야 할인쿠폰(778억원)도 이달~9월부터 선착순 제공된다. 영화 관람은 멀티플렉스 3사 통합 회당 6천원씩 1인당 최대 4매(2만4천원)까지 할인된다. 전시와 공연예술(대중음악 콘서트 제외)은 인터파크·예스24·멜론티켓·네이버예약·티켓링크 등 5대 플랫폼에서 각각 1회당 3천원, 1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숙박쿠폰은 현행대로 1인당 1박에 2만~3만원 할인, 스포츠시설 이용은 기초연금 수급자들을 대상으로만 5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한정된 재정여력…효과는?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안에 대해 대통령 공약과 정부의 재정 여력,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타협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 ‘전 국민 25만원, 취약계층 35만원 소비쿠폰 지급’을 핵심으로 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약속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유지한 채 고소득층 지원금을 일부 취약계층에 돌린 모양새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수입 중 저축하지 않고 소비하는 비중(한계소비성향)이 크다는 점에서, 취약 계층을 돌보며 소비 진작 효과도 높이는 방안을 채택한 셈이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정된 재정 여력을 감안해 ‘차등·보편 지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지역 상권 소상공인들한테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경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서 “일부는 소득지원의 측면에서, 일부는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공평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 관련 부처에서 이를 잘 고려해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12·3 내란 사태’ 이후 극심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급속히 위축되던 경기를 즉각 떠받치지 못하고 실기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분기 -0.2% 역성장을 기록할 당시 한국은행과 전문가 등은 경제 주체의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요청했지만, 당시 정부는 기존 예산을 서둘러 쓰는 ‘신속집행’에만 매달리다가 경북 지역 대규모 산불 이후인 4월에야 소규모 추경안(13조8천억원) 편성에 나섰다.
실제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하반기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도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가 경기 대응의 골든타임이었는데 이때를 놓친 후과가 크다”며 정책 실기를 인정했다. 이에 정부의 1%대를 밑도는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 경기 대책 필요성도 언급된다. 정부가 7월 이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보다 구조적인 경기 대응 방안과 주요 산업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