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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날아든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 방공망이 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혹한 응징’을 다짐했던 이란의 창끝이 무뎌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기습공격 후 일주일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란의 유일 타격 수단인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량은 줄어들고 있다.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사전에 파괴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첫 공격을 받은 직후인 지난 13~14일 총 4차례에 걸쳐 2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다음날엔 절반 수준인 105발, 17일엔 30발을 쏘는 데 그쳤다.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커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란 영공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선제적으로 발사대 등 이란의 미사일 인프라에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발사대의 약 3분의 1인 120여대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수도 테헤란 일대의 제공권을 확보했다"고 했다. 지난 17~18일 밤사이에도 전투기 25대를 동원해 이란 서부에서 발사 준비를 마쳤던 에마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

파르진 나디미 미국 국가안보 유대인연구소(JINSA) 수석연구원은 “이란은 사실 반격 첫 날 400여발의 미사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무력화하려 했다”며 “이스라엘이 조기에 이란 방공 시스템을 격파하며 이런 계획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 준비 시간도 문제다. 파비안 힌즈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이란은 중·장거리 미사일 추진력을 구식인 액체연료에 의존한다”며 “연료를 채우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느리게 발사 준비를 하는 사이에 이스라엘이 공습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이란으로선 미사일 고갈도 걱정이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이란이 보유한 사거리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사거리 1000~2500㎞)이 2000발 내외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흐남 벤 탈레블루 선임연구원은 CNN에 “이란에 남은 재고량은 많게는 1300발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해 4월과 10월에 300발, 이번 교전에서 약 400발의 MRBM을 이미 썼다고 보고 있어서다.

단기간에 미사일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WSJ는 “이스라엘이 이란 영공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발사대뿐 아니라 미사일 저장고 및 생산 시설도 공격하고 있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규모가 줄면서 이스라엘 방공망의 요격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한 이스라엘군은 이날 자국 영토에 적용되는 경계태세 수준을 ‘필수 활동 허용’에서 ‘제한적 활동 허용’ 등으로 완화했다. 지난 13일부터 폐쇄됐던 이스라엘 영공도 이날부터 항공기 운항이 시작됐다. 키프로스에서 출발한 엘알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스라엘도 오래는 못 버텨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마련된 방공호에 이스라엘 시민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란의 반격 역량이 사라졌다고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내 무기고 절반 정도가 건재한 데다 지하 등에 숨겨진 미사일 수를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이스라엘이 방공망을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도 변수다. 이스라엘은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 탄도미사일 방어용인 패트리엇 방공포대,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애로우(Arrow) 등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가동 비용은 하루에만 10억 셰켈(약 39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미국의 보급 없이 이란이 계속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유지 기간은 10∼12일 남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벙커버스터, 포르도 타격 가능할까
미국 공군이 지난 2023년 5월 공개했다 삭제한 GBU-57의 모습.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 핵 무력화의 최종 목표로 삼은 포르도 핵 저장고가 파괴될 수 있는지도 주목된다. 깊은 산악지대의 단단한 지하 암반에 건설된 포르도는 미군이 보유한 초강력 벙커버스터 ‘GBU-57’ 정도만이 타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파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지진 피해가 잦은 만큼 상당한 콘크리트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GBU-57은 압축강도가 5000PSI인 콘크리트를 60m 관통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은 최근 몇 년간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분야에서 기술 발전을 이뤄 3만PSI 이상의 강도를 지닌 콘크리트를 생산하고 있다”며 “(미국이 공격에 성공하려면) 이란이 포르도 지역 핵 시설을 얼마나 두꺼운 콘크리트로 설계했는지 벙커버스터가 얼마나 개량됐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전자전을 통해 미국의 위성정보시스템(GPS)을 교란할 경우, 정확한 타격이 어려울 수 있다.

김영옥 기자
GBU-57 사용에 필수적이라고 알려진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없이도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미 군사전문 매체 TWZ는 “이란 방공망이 무력화된 상황에 B-2의 스텔스 기능은 크게 필요 없다”며 “(이론적으로는) 이스라엘의 C-130 수송기에 GBU-57을 실어 투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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