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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백악관으로 조기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협박 수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반면 이스라엘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밀착하는 모양새다. 미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초강력 벙커버스터 GBU-57과 스텔스 폭격기 B-2를 제공해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타격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온다.

한 달 전만 해도 트럼프 태도는 180도 달랐다. 지난달 13~16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는데, 역내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은 뺐다. 사우디에서 알카에다 출신인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만나 제재 해제까지 약속했지만, 네타냐후는 만나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이스라엘 패싱’은 네타냐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지난 4월 네타냐후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이란 공습 계획을 밝히고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란을 향한 일방적인 공격이 외교 노력을 단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공격으로 같은 시기 벌이고 있던 이란 핵 협상을 망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트럼프의 마음이 바뀐 건 이달 초다. 지난 4일 하메네이는 “우라늄 농축은 우리 핵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미국의 제안은 우리 국민의 자립 신념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원칙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인 ‘이란 내 우라늄 농축 제한’을 거부했다.

5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발언은 트럼프를 흔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더딘 협상에 인내를 잃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AFP=연합뉴스
오히려 닷새 뒤 걸려 온 네타냐후의 전화가 트럼프 귀를 솔깃하게 했다. 네타냐후는 “(이란 공격) 임무는 실행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란 영토에 배치된 이스라엘 병력을 활용할 계획을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계획이 기발하다며 탄복하고 참모들에게 “우리가 그(네타냐후)를 도와줘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도 핵 협상도 미국이 주도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의 무력사용도 막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정보 지원만 하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13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켜봤다.


공습 성공에 “나도 도왔다” 강조
지난 15일 이란의 주요 수뇌부와 핵 시설을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샤란 가스·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트럼프 생각은 무력 압박으로 급격히 기운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과학자와 군 수뇌부를 암살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자 생각이 바뀐 것이다. NYT는 “트럼프는 13일 자신이 애청하는 폭스뉴스에서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천재성을 부각하자 자신도 (이란 공격에서) 공적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기자들과 통화에서 자신이 이스라엘 작전을 남몰래 도왔음을 시사하고 측근들에게 포르도 파괴를 위해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6일 스위트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JD 밴스 부통령을 이란에 보낼수 있다며 협상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이란이 ‘백기 투항’을 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CNN은 “트럼프는 이란이 중대한 양보를 할 경우에만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며 “트럼프는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데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에는 시큰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공군이 지난 2023년 5월 공개했다 삭제한 GBU-57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미국의 군사개입은 이란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NYT는 “미국 지원 아래 이스라엘이 (포르도를) 공격할 경우 이란과 동맹 세력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게 미 정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방안으론 중동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 호르무즈 해협 기뢰 설치 등이 거론된다.

미국 내에서도 무력 개입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 등으로 겪은 혼란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마가’(MAGA)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이날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이끌려 또 하나의 중동 전쟁에 말려들어 가고 있다”며 “또다시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평가 엇갈린 獨·佛 정상

한편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휴전을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며칠 내 전화로 이스라엘·이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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