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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집값을 다룬 기사가 신문 지면 앞쪽에 등장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달아올랐다. 정부도 분주해져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회의 전에 취소하긴 했지만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토허제' 확대 전 능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직전 수준을 넘어서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자 정부가 대응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거세지며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1월 중순부터 5개월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오며 지난주 0.26%를 나타냈다. 6월 0.2%가 넘는 주간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7년과 코로나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수준이다. 시장에는 뜨거운 여름 걱정이 나오고 있다.

간단치 않아 보이는 올여름 생각에 한숨이 길어지는 이유가 더 있다. 규제에도 집값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3월 하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용산 확대 직전(0.25%)을 넘어섰다. 이들 4개 구가 규제 직전 수준으로 다시 오르고 주변 지역은 '풍선효과'로 가격이 뛰고 있다. 강남3구 인근 강동·동작구와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2017년·2021년 비슷한 집값 상승세
정부 "시장 엄중, 정책수단 총망라"
규제지역 지정에 허점 투성이
정비 필요…가수요 억제 초점을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음 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둔 선매수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상승세가 만만찮다"며 "아직 수도권 상당수 지역과 지방이 약세라고 해서 국지적 과열로 보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집값이 뛰는데 손 놓고 있을 정부는 없다. 진보냐 보수냐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대책을 꺼낼 수밖에 없다. 집값은 경제적 이슈라 볼 수 있지만 집값 급등에 따른 불안은 사회·정치적 현안이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아직 진용을 갖추지 못한 새 정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12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제1차관 주재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참석한 ‘부동산시장 점검 TF’ 회의를 했다. 지난달 말에 이어 3주 만에 개최한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시장 상황에 대한 경계수위를 이전 ‘강남3구·용산 가격 변동성 소폭 확대’에서 ‘서울 시장 엄중’으로 높이고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망라하겠다"고 했다.

규제지역, 논란 많고 효과 떨어져
전문가들은 정부가 동원할 대책 가운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를 '1순위'로 꼽는다. 앞서 정부도 경고한 내용이다.

하지만 규제지역이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 이대로는 별 쓸모가 없다. 규제지역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문 정부가 규제 대상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세분화해 적용하면서 이들을 통틀어 지칭하며 붙인 말이다. 이제는 근래 주목받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포함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원조’ 규제지역이다. 1978년 도입 당시 관련 법령에 ‘규제구역의 지정’으로 소개됐다. 3월 단박에 강남3구·용산구로 확대돼 조정대상지역 등과 같은 반열에 올랐지만 논란이 많다.

박경민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조정대상지역 등과 달리 집값 변동률 등 정량적 지정 요건이 따로 없다.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地價)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과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이면 지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지정 권한이 있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장관, 투기지역은 기재부 장관 소관이다.

지나친 재산권 제약에 따른 위헌 시비가 따라다닌다. 현재 사실상 아파트거래허가제로 쓰이는데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는 주택거래허가제를 검토했다가 한발 물러난 주택거래신고제로 대신했다. 다른 규제지역과 달리 법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5년 이내로 못 박은 이유도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남용 우려도 나온다. 법이 정한 목적은 "국토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계획의 원활한 수립과 집행, 합리적인 토지 이용 등"이다.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개발에는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도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과 상관없는 일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문 정부 때 호령했던 조정대상지역 등 다른 규제지역은 날이 무뎌지고 녹슬었다. 각각의 대표적인 효과가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다주택자 세금 중과이고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거래 제한, 청약자격·전매제한 강화와 대출 규제다. 투기지역도 대출을 억제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는 중지됐고 조정대상지역 종부세 중과가 폐지됐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LTV(담보인정비율) 0(15억원 초과)~40%(9억원 이하)가 50%로 완화됐다.

"통합해 단순화하고 단계별 차등해야"
정부가 규제지역을 다시 꺼내려면 손을 봐야 하고 낡고 뒤엉킨 규제지역 통합도 필요하다. 대출 이외에 별다른 규제 내용이 없는 투기지역은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규제가 복잡하면 겉보기와 달리 실제 효과는 떨어지고 틈새에서 풍선효과의 역효과가 나타난다”며 “하나의 제도로 대상과 강도에 단계를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국회에도 규제지역 통합 법안이 올라가 있다. 지난해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은 규제지역을 부동산관리지역 1, 2단계로 단순화한다.

홍 의원은 “규제지역별 지정 효과가 혼재, 중복 그리고 파편화돼 있어 국민 불편 및 혼란이 가중되고 각 규제 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실효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규제지역은 비정상적인 주택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수단이기 때문에 대상·기간을 최소화해야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광범위하게 장기간 쓰면 시장은 내성이 생겨 저항한다. 끓어 넘치는 냄비에 찬물을 끼얹듯 가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문 정부처럼 시장 매물도 동결시켜 공급까지 억눌러서는 안 된다. 앞문만 막고 뒷문은 열어두는 요령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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