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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한국은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 세 번의 대선을 거쳤다. 사회가 시끄러웠던 탓에 시간이 짧게 지나간 듯하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그중 부동산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를 거쳤다. 특히 아파트 가격변동은 재테크시장뿐 아니라 사회·정치적 변화를 동반했다.

우선 가격의 변화. 2016년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상승기로 인해 수도권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2022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아파트 가격은 어느새 반등해 강남 신축 아파트 시세를 3.3㎡당 2억원까지 올려놨다. 한강변 일부 지역 주택가격은 소위 ‘넘사벽’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계층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동안 자가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로 나뉘었던 부동산 계층은 ‘상급지·하급지’, ‘마·용·성’ 등 전에 없던 단어가 생기며 더 세분화했다. 갑작스레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하지만 온 국민의 관심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집값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10년간의 변화는 유권자의 연령층이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10살씩 나이를 먹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불렸던 486 또는 586세대는 어느새 60대에 진입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50대는 어느새 ‘중간’에 자리 잡으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결혼과 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30대는 전보다 중간에 가까운 성향으로 이동했다. 젊은층 사이에선 전에 없던 젠더 이슈도 중대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가격의 변화, 연령대의 변화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21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고 분석해봤다.
집값 비싼 동네는 ‘보수’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3.3㎡당 4520만원(6월 6일 기준)이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인 2016년 3.3㎡당 1944만원에서 132.5% 올랐다. 즉 아파트값이 두 배 이상 비싸진 것이다.

같은 통계에서 경기도는 3.3㎡당 1832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에는 1047만원이었다. 10년 새 75%가량 올랐지만 서울에 비하면 적게 올랐다. 경기도 시군 중 아파트 평균가격이 100% 넘게 상승한 곳은 성남시와 하남시 2개 지역에 불과하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에서 5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고 서울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47%대를 얻은 것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치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다. ‘대세론’이 확고한 상황에서도 경기보다는 서울에서, 서울과 경기 내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득표율이 낮았다. 아파트를 둘러싼 계급투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강남권 2강’ 서초와 강남에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득표율이 각각 55%, 56.58%로 절반을 넘겼다. 송파, 용산과 함께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긴 토지거래허가구역 4인방 중 단연 높다. 이들 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당 약 8000만원이 넘는다. 송파와 용산은 6231만원, 6119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3.3㎡당 가격이 서울 평균을 한참 밑도는 자치구에서 과반 이상을 얻었다. 강북(53.81%), 금천(52.03%), 은평(52.99%), 중랑(51.73%) 등이 여기 속한다.

집값에 따른 계층 투표 성향은 통계분석으로도 나타난다.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각 자치구별 득표율은 아파트 가격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피어슨 상관계수 –0.96)를, 김문수 후보 득표율은 강한 양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95)를 나타냈다. 즉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집값이 낮은 곳일수록 높아진다는 뜻이다.
공고화한 부동산 양극화
아파트 가격 상승률로 따져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곳일수록 김문수 후보 득표율이 높았는데 기존 고가 아파트 지역의 시세가 더 급상승하는 ‘양극화’가 진행된 탓이다. 강남4구와 한강벨트인 마·용·성은 2016년부터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10개 지역에 모두 포함됐다.

특히 마포와 성동은 탄핵 정국 직후인 2017년 제19대 대선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김문수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든 유권자가 더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 득표율은 전보다 떨어졌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서울에서 과반인 51.42%를 얻었다. 서울은 호남권 외에 문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긴 유일한 지역이었다. 마포 득표율은 55.34%에 달했다.

이런 마포가 2017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마포 재건축이 마무리되고 강남3구를 잇는 주거지로 자리 잡기 시작한 영향이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2.34%를 얻는 데 그쳤다. 여권의 분열속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득표율은 낮았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역전됐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45.8%를 얻으며 50.5%를 차지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졌다.

21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약 5.5%포인트(p) 차로 이겼다. 하지만 보수진영에 속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득표율도 9%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값과 정치성향의 관계는 한창 상승기였던 2017년과 2021년 사이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별 집값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득표율 간 상관관계는 2017년 대선에서 각각 –0.751, 0.725에서 2022년 대선 때 –0.971, 0.966으로 커졌다. 음의 상관관계는 –1, 양의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높다. 아파트값이 정치지형을 점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더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에선 집값과 득표율의 통계적인 상관성이 서울보다 약하게 나타났다. 동탄신도시처럼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진보적인 곳이 있는가 하면 가평, 양평 등 농촌 지역과 연천 같은 접경지역은 저렴한 부동산 시세에 비해 보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성남, 과천같이 3.3㎡당 아파트 평균가격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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