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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시장 진입하며 금융위기 겪은 윗세대, 젊은 세대는 유례 없는 긴 상승 경험해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젊은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값과 투표성향의 상관관계가 더 높아지는 상황을 보면 한가지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 서울의 투표성향은 보수화될까. 전문가들은 또 다른 변수, 즉 세대구도가 이런 경향을 막아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령대별 투표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세대 구도’는 아파트값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서울 자치구별 평균 연령과 이번 대선 득표율을 분석하면 평균 연령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집값과 득표율 간 관계보다는 약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을 당시만 해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보수진영이 갈수록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었다. ‘젊을수록 진보, 나이 들수록 보수’가 선거의 공식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 연령별 구도는 복잡해졌다.

원인은 50~60대의 진보화, 20~30대의 보수화에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는 2000년대 ‘386세대’로 정치권에 진입해 ‘486’, ‘586’으로 진화해 어느새 60대에 진입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이들 세대가 중장년층에 들어서자 지난 대선까지 쭉 보수후보를 지지했던 60대의 표심이 180도 바뀌게 됐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6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대선에서 64.8%에 달했다. 탄핵 정국으로 상당히 불리했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는 60대에서 45.8%를 얻었다. 설문상으로는 최종 승자인 문재인 후보(22.3%)의 두 배가 넘는 지지도였다.

그런데 2022년 20대 대선부터 서서히 60대 초반이 되어가던 86 세대의 60대 비중이 더 커지면서 이번 선거에는 양측 유력후보 득표율이 박빙으로 좁혀졌다. 5년 뒤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60대를 뒤집을 확률이 높아졌다.

86세대의 진입과 함께 60대의 인구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서울에서 107만6000여 명이었던 60대 주민등록인구는 132만6000여 명으로 25만 명가량 늘었다. 이 기간 10대부터 50대까지 60대 미만 인구는 모두 줄었고 60대 인구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로 인해 60대가 서울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서 14.2%로 높아졌다.

언제나 인구의 중간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연령은 어느새 40대에서 50대로 높아졌다. 2025년 5월 기준 서울 평균연령은 45.1세로 10년 전(41세) 대비 높아졌다. 서울 전체 인구에서 유권자만 따지면 이미 50대가 중간을 차지한 지 오래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가장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던 40대, 50대와 60대로 진입한 86세대는 인구도 많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연평균 80만 명 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진보적 성향의 투표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보수성향 강화와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서울의 인구 유출이다. 지난해에만 서울 인구는 약 9만여 명 줄었다. 이들 상당수가 경기도로 빠져 나갔다. 경기도 60대 인구는 2016년 약 111만 명에서 2024년 말 기준 191만 명으로 80만 명 증가했다. 주민등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7%에서 14.0%로 크게 높아졌다. 경기도 평균연령은 43.6세로 서울보다 낮다. 신도시가 많은 지역 특성상 10대 이하 미성년 인구가 많지만 1990년대부터 꾸준히 1기, 2기 신도시에 자리 잡은 당시 30~40대들도 고령화하고 있다. 은퇴한 50대, 60대 유입도 많다. ‘영끌족’ 30대의 변심
2030세대는 윗세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젠더 이슈 등으로 인해 여성과 남성 유권자의 성향이 갈리는 가운데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 남성들이 30대로 나이 들면서 점차 보수화하는 추세다.

10년 전 20대는 통념대로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보였다. 2012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의 65.8%가 문재인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20대 득표율보다 높은 수치였다.

정확히 10년이 지나 이들은 30대에 다시 투표를 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고 답변한 30대 비율(48.1%)이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고 한 비율(46.3%)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중 30대 남성은 52.8%가 윤 후보를 찍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경우 49.7%였다. 21대 대선에서 30대 남성 37.9%, 34.5%가 각각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준석 후보 득표율이 25.8로 나타나 30대 남성층이 사실상 보수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문수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송파, 용산에서는 30대 인구 비중이 각각 16.3%, 18.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영등포, 성동, 중구 등 30대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득표율 차이가 비교적 근소하게 나타났다.

일각에선 부동산이 이처럼 달라진 세대 구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 50~60대가 한창 주택시장에 진입하던 2000년대 후반에 금융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인 2009년까지 수도권 집값은 국지적으로 올랐다. 이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한 수요자들이 위기를 겪으며 ‘하우스 푸어’라는 용어도 처음 등장했다. 여기에 소위 ‘인구론’까지 등장하며 부동산 하락론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경험이 일반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을 더 강화했다는 것이다.

반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1981~1996년생)에 걸친 일명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겪고 있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상승장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를 두고 ‘한 번도 하락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폭이 가팔랐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규제에 대한 반발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대는 ‘영끌족’이 돼 자가주택을 매입하거나 ‘벼락 거지’가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밀려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30대 이하 연령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통계 집계 사상 최고인 44.8%를 기록했다. 그해 경기도로 전출한 순이동자 수는 12만4910명이었는데 이중 30대 수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3만6889명이었다. 전세난이 시작된 2015년부터 10만 명을 넘긴 경기도 전출 인구는 2022년이 돼서야 6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10만 명을 밑돌기 시작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실제 부동산 상담을 해보면 30대 수요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 세대인 60대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례가 다수”라며 “혼인연령에 진입한 30대 수요자들은 출산 뒤에도 마포, 성동, 강동 등에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등 주택 매수에 적극적인 반면 금융위기를 경험한 60대는 자녀들의 주택 매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가격과 연령층의 변화는 한국 정치지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또 다른 관심 포인트는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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