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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이라고 한다. 종합감기약이 진열돼있다. 종류가 수십가지가 넘는다. 채혜선 기자
"가방은 보관함에 넣어주시고 장바구니에 약을 담아주세요."
15일 오전 찾은 경기도 성남시의 한 매장. 검은색 반소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입구에서 회색 마트용 장바구니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약 430㎡(130평) 규모 매장 안에선 고객 10여명이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을 고르고 있었다.



'창고형 약국' 한국 상륙…카트 끌고 약 골라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한 고객이 카트에 약을 담고 쇼핑 중이다. 채혜선 기자
대형마트처럼 보이는 이곳은 지난 11일 문 연 A 약국이다. 국내 최초의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고 있다.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2500개 품목을 창고처럼 쌓아두고 판매한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아직 취급하지 않는다.

이날 둘러본 매장엔 해열·진통·소염 등 51개 분류로 나뉜 의약품이 진열돼 있었다. 파스 80여종, 종합감기약 50여종, 밴드형 반창고 100여종 등 품목이 다양했다. 칫솔·구강세정제·염색약 등 생활 잡화도 판매한다. 모든 제품 아래엔 마트처럼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일부 진통제나 상처용 연고는 일반 약국보다 각각 1000원, 2500원가량 저렴했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검색·비교하며 의약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60대 주부 김모씨는 "소화제를 많이 사두는 편인데, 다양한 제품을 보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각종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장바구니를 들고 살펴볼 수 있다. 채혜선 기자
제약업계에선 A 약국이 미국의 CVS·월그린 같은 드러그스토어처럼 운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선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에 따라 해외에서 흔한 드러그스토어(의약품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복합 매장)가 자리 잡지 못했다. 과거 CJ 올리브영 등이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약사 반발 등에 부딪혀 접었다. A 약국의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대형 약국을 운영한 적 있는 약사로 알려졌다.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입구. 채혜선 기자
A 약국은 기존 약국과 달리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약을 고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약사가 매장을 돌며 고객 요청에 따라 제품을 설명하고 추천한다. 이날 오전엔 약사 2명과 직원 5명이 매장을 지켰다.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손님들이 장바구니 등을 들고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기자가 여드름약 두 개를 놓고 "어떤 게 더 낫겠냐"라고 문의하자 흰 가운을 입고 명찰을 찬 약사가 "두 약의 성분이 같으니 더 저렴한 걸 고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고객에게도 약 효능과 복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 노부부는 "약은 늘 주는 대로 받아왔는데, 이렇게 여러 제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상담까지 받으니 더 좋다"고 말했다.

약사 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약사회 소속 한 약사는 "서울·분당·용인 등 인근 상권을 다 빨아들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창고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은 아플 때만 사야 하는데 과도한 의약품 쇼핑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입구. 카트가 진열돼 있다. 가방은 물품보관함에 놓고 들어가야 한다. 채혜선 기자
약 유통·판매 방식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창고형 약국은 미국과 일본 등에선 오래전 자리 잡은 모델이다. 국내에선 지난 2월 다이소가 약사들의 반발에도 전국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도 일반 약을 파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약국. 창고형 약국으로 약을 값싸게 판매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보건복지부에는 해당 약국과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접수된 상태다. 복지부는 현재까지 이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가 약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한다면 약사법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민원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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